<공조>에서 림철령(현빈)을 처음부터 끝까지 움직이게 만드는 인물. 신현빈이 연기한 철령의 부인 화령이다. 영화 초반부에 잠깐 등장하고 곧 차기성(김주혁)의 손에 죽지만, 철령은 화령의 기억을 안고 남한에까지 내려가 복수를 위해 지독한 추격전을 벌인다. 신현빈을 만나 화령의 막중한 책임(?)에 관해 들었다.
-<공조>의 초반부, 등장과 퇴장이 인상적이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감독님께서 어느 행사장에선가 나를 보시고 얼굴이 인상에 오래 남았다고 하셨다. 화령은 영화 앞에만 잠깐 나오지만 철령이 왜 이렇게까지 복수에 집착하는지를 설명하려면 그만큼 화령의 이미지가 인상 깊게 남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행복한 순간이란 게 없는 남자처럼 보이는 철령이 유일하게 일상적인 행복을 느끼는 게 화령과 있을 때이지 않았겠나. 분량 대비 무척 어려운 캐릭터였다. (웃음) 회차만도 4~5회차나 찍었으니까.
-“분량 대비 어려운 캐릭터”를 준비하기 위해선 뭐가 필요했나.
=일단 북한 사투리. 몇 마디 하지 않아도 북한 사투리를 철저히 공부했다. 북한은 우리와는 감성이 달라서 입에 주먹밥을 넣어주는 것도 무척 다정한 행동이라고 하더라. 그 장면 찍으면서 현빈씨가 주먹밥을 정말 많이 드셨다. (웃음) 감독님은 자꾸 “이 정도의 남자가 목숨 걸고 움직이게 만드는 게 화령의 역할”이라고 부담을 주시고. (웃음)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를 졸업한 걸 보면 첫 꿈이 배우였을 것 같진 않다. 어떻게 연기를 시작했나.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선뜻 시도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막상 학교에 가니 다들 원하는 걸 찾아서 독하게 공부하러 온 애들이더라. 나도 더 늦기 전에 내가 진짜 하고 싶던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졸업한 뒤 연기를 시작했다.
-<방가? 방가!>의 베트남 여인 장미 역으로 데뷔했다. 외국인 여성 캐릭터로 데뷔한 이력이 독특하다.
=그땐 회사도 없었다. 오디션 보고 된 거라 아무런 계산 없이 시작했다. 앞으로 내가 베트남 사람 연기를 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어서 더 해보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그 뒤로도 꾸준히 베트남 여성 역할이 들어오긴 하더라. (웃음)
-드라마 <발효가족>에선 일본에서 자란 동포 유키에를 연기했고, 첫 주연작 <어떤 살인>의 지은은 사고 후유증으로 언어장애가 생긴 인물이다. 꾸준하게 말과 관련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다. 내가 이런 캐릭터에 관심이 있나 깊이 생각해본 적도 있다. 부담이 되면 안 할 법도 한데 굳이 그런 캐릭터를 맡아서 연습을 하게 되더라. <방가? 방가!> 땐 육상효 감독님의 지인이 베트남어학을 연구하신 분이라 자료를 준비해주셨고, <어떤 살인> 할 때도 특수한 불편을 가진 캐릭터라 사고 후유증으로 어떤 방식의 언어적 문제가 생기는지, 어떤 발음에서 소리가 어떻게 깨지는지 공부하고 시작했다. 공상하는 습관 때문인지 준비 과정이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캐릭터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공조> 할 땐 화령의 그날 하루에 관해서도 상상해봤다. 군인이니 그날은 분명 쉬는 날이었을 거고, 철령과는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지냈을지 상상이 되더라.
-올해의 계획은 어떤가.
=평소엔 모험심이 있는 편이 아닌데 은근히 여행을 좋아한다. 일정을 철저히 짜지 않고 즉흥적으로 다니곤 한다. 연기도 그런 것 같다. 내가 뭘 바란다고 그게 내게 오는 게 아니니까 그때그때 주어지는 것 중에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정말 열심히 임할 거다. 차기작? <7년의 밤>에 짧게 출연한다. 그리고 다시 빨리 인사드리겠다. (웃음).
영화 2016 <공조> 2015 <어떤 살인> 2012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2010 <방가? 방가!> 드라마 2014 <미미> 2012 <가족사진> 2011 <발효가족> 2011 <무사 백동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