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영화人] 남기진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사무국장
2017-01-26
글 : 이화정
사진 : 오계옥

“촬영감독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남기진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CGK, 공동대표 김형구·조용규·이모개) 사무국장의 말이다.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은 이같은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촬영감독의 권익을 대변하는 조합이다. 영화촬영감독을 업으로 삼아도 정작 현장에서 일하고 그 소득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촬영감독은 절반 정도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은 광고 촬영, 학교 강연, 웹드라마 촬영, 각종 아르바이트 등 영화현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실질적 소득을 충당한다. 회원수 90명. 2013년 설립해 햇수로 4년차에 이른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은 영화 관련 여러 협회 중 아직 ‘청년기’라 할 만큼 역사가 길지 않은 신생 단체다. 하지만 그간 촬영감독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조합이 해온 일은 적지 않다.

지난 기간 동안 조합의 1차 목표는 ‘현장에서 거부감 없이 표준계약서가 받아들여지는 것’이었다. 영화업계의 불공정 계약, 구습을 타파해 건강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계약이야말로 우선 과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합에서 추이를 살핀 결과, 오히려 필름 시절보다 물가상승률 대비 촬영감독의 수익이 감소했다. 조합원들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스스로의 힘으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계약서를 만들어나갔고, 고문 변호사를 통해 계약을 진행했다. 그 노력의 결과 현재 촬영감독조합은 타 단체들 중 가장 표준계약서 적용률이 높아졌다. “조합 초기 1~2년 동안은 아예 표준계약서에 대한 대화 자체가 안 되는 곳도 있었지만, 관철이 안 되면 계약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조합 차원에서 꾸준히 어필했다. 결국 싸워야 하고 단결해야 한다.”

남기진 사무국장은 누구보다도 이 문제에 깊숙이 관여한 책임자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인 그는 충무로 연출부로 잠깐 일하다 10여년 동안 영화계를 떠나 있었다. 조합 일을 하면서 뒤늦게 영화계로 돌아온 셈이다. “초창기에는 조합원이 일을 맡았는데, 전담해서 도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더라. 조합의 할 일이 그만큼 산적해 있어서였다. 처음에는 이렇게 오래 일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지난 3년 반 동안 그는 조합의 이익을 위해 뛰는 손발이 되었다. 비영리 사단법인이라 지원금도 거의 받기 힘들고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도 너무 많아, ‘징그럽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지만, 그는 여전히 조합과 한몸으로 움직이는 조합의 일원이다. “현장에서 영화인의 권익이 잘 보호되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면 이런 단체는 필요 없게 될 거다. 그때까진 힘들어도 계속 갈 거다. (웃음)”

영화 촬영의 모든 것

이모개, 이성제, 홍재식, 김영호, 김우형, 최영환… 21명의 촬영감독이 각 작품 촬영의 설계와 구현에 대해 밝힌다. 촬영감독조합이 발간한 인터뷰집 <한국의 촬영 감독들: 21인과의 인터뷰>는 한국영화사의 기술적, 미학적 발전을 이끌어온 촬영감독들의 노하우와 철학에 관해 작품별로 분석한다. 지난 2014년, 2015년 발간한 두권의 <촬영기술 백서>의 정리이자 확장판이다. 앞으로 장르별 분석, 촬영감독과의 대담뿐 아니라 소식지, 계간지 등을 발간해 꾸준히 촬영감독과 촬영에 관한,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게 조합의 또 하나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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