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전 남자친구 집 앞에서 언성을 높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찍은 문영(김태리)에게 화를 내기는커녕 거침없이 접근하는 <문영>의 희수 말이다. <문영>은 김태리의 또 다른 매력을 십분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뉴페이스 정현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첫 주연작 <문영> 개봉을 통해 연기를 계속할 원동력을 얻고, 관객과의 대화(GV)를 하며 극장을 꽉 채운 관객에게 감동하고 있다는 배우 정현을 만났다.
-주연작 개봉은 처음이다. 3년 전에 찍었던 영화 <문영>의 개봉 소식이 반가웠겠다.
=지난해는 유독 힘들었다. 미팅도 다 끝낸 상태에서 배역이 취소되면서 연기 생활의 고비를 맞았었다. 연기를 잠깐 쉴까도 생각했는데, <문영>이 개봉한다고 해서 한 줄기 빛을 만난 것 같았다. 물 한잔 건네받은 느낌이었다. (웃음) 당시엔 30분짜리 단편으로 문영 위주였는데, 64분으로 개봉하게 되면서 희수의 이야기도 많이 담겨 뿌듯하다.
-어떻게 문영에 출연하게 됐나.
=<문영>의 김소연 감독님이 조감독으로 있던 단편에서 주연을 한 적이 있었다. 감독님이 희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내가 떠올랐다더라. 미팅하면서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주변이 페이드아웃되면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단번에 하겠다고 했다.
-희수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마음의 문을 닫은 문영에게 거침없이 접근하는가 하면 혼란스럽고 우울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희수는 호기심이 많다. 그렇게 작고 예쁘고 귀여운 아이가 날 찍고 있으니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웃음) 상처를 감추기 위해 밝은 척하고, 언제나 조금씩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 문영이 카메라로 자신을 찍은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을 거다. 문영과 희수는 비슷한 점이 많다. 세상과 소통하고 싶지 않고, 진심을 말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다. 희수도 문영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을 테고. 그래서 둘만의 세계가 형성된 게 아닐까. 차가운 회색 세계에서 성냥불이 지펴진 것처럼. 밤에 길에서 찍은 신이 많은데, 버려진 길고양이들이 온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더라.
-김태리와의 호흡은 어땠나.
=남자고 여자고 예쁜 것에 약하지 않나. 예뻐서 정신없이 좋더라. (웃음) 실제로도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 나는 나이에 그닥 얽매이지 않는 편이다. 강단 있고 똑똑해서 배울 점이 많았다. 밝아 보이지만 뭔지 모를 벽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내가 어디까지 들어갈 수 있을지 시도해봤고 태리씨도 잘 받아줬다.
-희수와 정현은 닮은 점이 있는지.
=호기심이 많다는 점? (웃음) 희수는 탱탱볼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고, 재미있는 만큼 알 수 없는 친구였다. 하나를 설정하면 다음 신에선 전혀 다른 행동을 하니까. 감독님께서 내가 캐릭터를 많이 구축하길 바라서 디렉션도 많이 주지 않았고, 내 색깔이 많이 나올 수 있었다. 캠코더로 찍는 장면은 대부분 애드리브다.
-여태까지 어떤 활동들을 했나.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고등학생 때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연기에 빠졌고,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엔 극단 인혁에 들어가 2년 정도 활동했고, 강진아 감독의 <네 쌍둥이 자살>에 출연하면서 영화의 매력을 알게 됐다. 이후 단편영화 작업을 꾸준히 하면서 상업영화 단역으로도 출연했다. <문영> 개봉으로 연기를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얻었고, 인터뷰 후에 제작사에 프로필을 돌리러 간다. 이래서 연기를 관둘 수 없는 것 같다. (웃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어릴 땐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서 너무 애썼던 면이 있다. 이후 많은 일을 겪으면서 생각이 바뀌어서, 길고 잔잔하게 연기하고 싶다. 공기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달까. 인지하지는 못해도 중요한 존재 말이다.
영화 2015 <문영> 2015 단편 <스테이!> 2014 <허삼관> 2013 <감시자들> 2011 단편 <혼자 있는 시간> 2008 <네 쌍둥이 자살> 드라마 2012 <빛과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