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알고 봅시다]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 원작, 테드 창 소설에 관한 궁금증
2017-02-10
글 : 김현수

“외계인이 지구에 처음 찾아오면 인간은 무얼 해야 할까?”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는 인간과 외계인이 만나 백악관 파괴가 아니라 의사소통부터 하는 영화다. 원작 소설을 쓴 SF 작가 테드 창의 소설이 갖고 있는 기운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원작 소설에 관한 몇 가지 궁금증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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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F 문학계의 슈퍼스타, 테드 창은 누구?

<컨택트>의 원작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의 저자 테드 창은 SF 소설가다. 1990년 단편 <바빌론의 탑>을 발표함과 동시에 미국 SF판타지작가협회(SFWA)가 주관하는 네뷸러상 단편부문을 역대 최연소로, 그리고 데뷔작으로 수상하는 기록을 남겼고 스터전상, 로커스상, 휴고상 등 학계에서 권위를 인정받은 웬만한 SF 문학상은 전부 휩쓸었다. 수상 트로피 개수만으로 가치 판단을 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문학상을 독식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금껏 단편집 한권, 총 15편의 중·단편을 발표한 게 전부다. 테드 창의 소설들은 종종 ‘영혼을 울리는 SF’라 불리는데 고대 바벨탑부터 인공지능, 외계인에 이르기까지 과학과 함께 사람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소재가 모두 그의 글감이다. 소설을 쓰지 않을 때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료, 서적 등을 쓰는 테크니컬 라이터로 일한다.

2. 원작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와 영화는 뭐가 다른가

일단 제목이 다르다. 영화 원제는 시간의 도착 내지는 외계인 자체를 뜻하는 중의적인 의미로서의 ‘도착’(Arrival)인데 소설 제목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다. 언어학자인 주인공 루이스 박사가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현재의 이야기와 자신의 딸 한나의 성장 과정을 회상하는 듯한 장면이 교차하며 진행되는 원작 소설의 구조 자체가 제목의 정서와 맞닿아 있는데 영화 역시 원작의 의도를 그대로 살려 편집했다.

또한 원작에는 외계인의 외향 묘사 등은 거의 생략한 채 서로의 언어로 소통하는 과정이 상세하게 묘사된다.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과의 소통 문제 에피소드는 영화에만 등장하고, 반대로 빛의 경로는 언제나 최소 시간으로 도달할 수 있는 ‘페르마의 최단 시간의 원리’와 같은 실제 물리를 토대로 한 인물의 추론 방식은 영화에서 생략됐다.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 인간의 세계관과 사고방식까지 결정된다는 이론인 ‘사피어 워프가설’을 토대로 한 결말은 원작과 영화 모두 동의하는 핵심 키워드다.

3. 테드 창의 소설을 더 읽고 싶다면

<컨택트>를 보고 테드 창의 소설에 입문하려는 독자들이라면 그의 데뷔작인 <바빌론의 탑>이 정서상 영화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은 기원전 바빌론에서 인간들이 하늘 끝까지 올라 뚫어보고 싶은 욕망에 탑을 쌓고 올라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인간들은 하늘을 뚫어보니 지상이더라는 우주의 구조 속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의 작품 중에서 중편에 속하는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는 상품화된 인공지능과 이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인간과 가상 생명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관계를 상상한다. 드라마 <웨스트월드>나 영화 <그녀>(2013) 같은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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