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직배사,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CJ CGV 아트하우스, 메가박스플러스엠. 통칭하여 메이저 배급사들. 이들 메이저 배급사들이 2015년 자신의 영화를 수요일에 개봉한 편수가 48편, 목요일에 개봉한 편수가 100편이었다. 딱 절반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서 이미 이 지면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1019호 한국영화 블랙박스 ‘수요일 개봉은 정당한가?’)한 바 있다. 최근 <더 킹> <공조> <트리플 엑스 리턴즈>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라라랜드> <판도라> <마스터> <신비한 동물사전> <닥터 스트레인지> <밀정> <벤허> <아수라>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등 월별 1, 2위를 달리는 거의 대부분의 영화들은 모두 수요일에 개봉하고 있는 형편이다.
수요일 개봉이 문제가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수요일이 사실상의 개봉 요일이 되는 것에는 구조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극장의 편성주기 문제다. 기존 편성주기는 ‘월요일 예매 오픈, 목요일 개봉, 주말 상영/평가’가 일주일을 기준으로 반복되는 구조다. 영화당 온관 기준 최소 상영일수 일주일 보장, 월요일 예매 오픈이라는 동반성장협약의 합의는 이러한 구조를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수요일 개봉을 하면 편성주기가 완전히 변경된다. ‘월요일 예매 오픈, 수요일 개봉, 금요일 주말 편성 및 예매 오픈, 주말 상영’이 반복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즉 금요일에 주말 편성 프로그램을 완전히 다시 짜는 구조다. 경쟁사를 의식한 배급 전략 때문에 수요일 개봉 러시가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수요일 개봉이 일반화되어 아예 구조를 바꾸어버렸다.
물론 좌석점유율이 좋은 영화는 금요일에 오히려 스크린을 늘려서 더 좋다. 하지만 좌석점유율이 조금이라도 낮은 영화는 이틀만 상영하고 내려야 한다. 작은 영화, 작은 배급사들은 더욱더 작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메이저 배급사들은 영향이 없거나 매출이 늘고 극장은 주말 프로그램 재편성을 통해 최대 매출을 얻지만 작은 배급사들은 점점 더 설 자리가 없어진다. 그렇다고 법으로 개봉 요일을 강제하는 것은 작은 영화, 작은 배급사들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에 너무나 무력한 방법이다. 최대 매출과 적정 매출, 기업 전략과 산업 전략, 지속 가능성을 산업 내 주요 플레이어들이 함께 해결해야만 한다. 지금 모여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