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몇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화 <더 큐어>
2017-02-15
글 : 장영엽 (편집장)

<더 큐어>는 어느 회사원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맨해튼의 한 대기업 투자사에서 야근 중이던 그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뜬다. 그런 그의 후임으로 젊고 야심만만한 록하트(데인 드한)가 지목된다. 이사진이 그에게 내린 특명은, 스위스에 있는 요양원에 간다는 말과 함께 종적을 감춘 회장 헨리 펨브로크를 뉴욕으로 데려오는 것이다. 헨리를 서둘러 데려오려던 록하트는 숲속에서 불의의 차사고를 당하며 그 역시 요양원에 머물러야 하는 신세가 된다. 그런데 이 요양원이라는 곳이 수상하다. 대기업 회장이나 임원처럼 부유한 이들만이 머물 여력이 되는 이 초호화 요양원은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지만 자꾸 누군가가 실종되는 사건이 잇따른다. 폴머 원장(제이슨 아이삭스)의 수상한 행동과 요양원 근처를 맴도는 미스터리한 소녀 한나(미아 고스)의 정체도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록하트는 중세시대 고성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고풍스러운 요양원을 헤매며 점차 진실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더 큐어>는 몇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화다. 호러와 스릴러, 판타지와 드라마, 꿈과 현실이 장면마다 어지럽게 얽혀 있는 이 작품은 수시로 장르적 얼굴을 바꾼다는 점에서 이어지는 장면을 가늠할 수 없게 한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부터 웨스턴 장르의 <랭고>(2011)와 <론 레인저>(2013), 나카다 히데오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링>(2002)과 <마우스 헌트>(1997) 같은 코미디영화까지, 다양한 장르를 경유해온 고어 버빈스키 감독의 폭넓은 관심사야말로 <더 큐어>의 복잡다단한 DNA를 뒷받침해줄 근거일 것이다. 이 영화의 가장 매혹적인 지점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로만 폴란스키의 초기작 <테넌트>(1976)나 <악마의 씨>(1978)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버빈스키의 말대로 많은 것들을 보여주지 않음에도 분위기만으로 서서히 주인공을 옥죄어가는 연출 방식이 우아하고도 섬뜩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야기다. 146분이라는 지난한 러닝타임처럼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서사의 매듭이 헐거워진다는 인상을 준다. 어마어마한 전조감에 비해 마무리가 약하다는 게 못내 아쉬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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