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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감독
2017-02-16
글 : 이주현
사진 : 양경준 (객원기자)

<산딸기>(2002), <유레루>(2006), <우리 의사 선생님>(2009)의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섬세한 심리묘사와 입체적 캐릭터 구축에 능한 감독이다. 가장 내밀하면서도 보편적인 인물의 심리묘사는 <아주 긴 변명>에서 정점을 찍는 듯 보인다. <아주 긴 변명>은 버스 전복 사고로 아내(후카쓰 에리)를 잃은 인기 작가 사치오(모토키 마사히로)가 같은 날 아내를 잃은 요이치(다케하라 피스톨)와 그의 아들을 만나면서 무너져내린 일상을 복구하는 이야기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니시카와 미와 감독을 만났다. 당시 미처 전하지 못한 영화에 대한 얘기들을 전한다.

-감독인 동시에 소설가다. <아주 긴 변명>은 영화보다 소설을 먼저 선보였다.

=<유레루>나 <우리 의사 선생님>은 영화를 만든 뒤 소설로 책을 냈는데 이번엔 영화를 목표로 소설을 먼저 썼다. 소설은 영화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 인물의 관계나 인물의 감정을 더 상세히 묘사할 수 있다. 소설로 이야기를 만들어놓고 영화를 만들면 그래서 편하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거대한 이야기의 빙산의 일각을 보여주는 일 같다.

-소원한 관계를 유지했던 아내를 불의의 사고로 잃은 유명 작가 사치오의 이야기다. 어떻게 구상한 이야기인가.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이 이 영화의 출발점이다. 나는 도쿄에 살고 있고 지진의 직접적 피해를 입지 않았다. 1년 동안 TV 뉴스와 다큐멘터리에선 동일 본 대지진 관련 보도가 쉼 없이 흘러나왔는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릴 수도 있구나. 우린 그걸 목격했구나.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 중에는 그날 아침 크게 싸우고 집을 나섰다든지 꼬인 관계를 제대로 풀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을 거다. 그런 사람들이 사고 이후 더 큰 후회를 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부터 출발한 이야기다.

-아내의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방송하는 장면이라든지, 인터넷 검색창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는 장면들이 사치오의 위선적 면모를 잘 보여준다.

=사치오는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다. 사람들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칠지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고. 일본이나 한국이 마찬가지일 텐데,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신이 멀쩡한 사람이라고 위장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SNS의 발달로 그런 경향은 더 심해진 것 같다. 자신의 결점이나 부족한 부분을 드러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유레루> <우리 의사 선생님> <아주 긴 변명> 모두 상반된 성향의 두 남자 이야기다. 예전에 “남자 캐릭터를 그리는 게 더 편하다”는 말도 했는데.

=두 남자 이야기를 계속 했다는 건 지금 처음 깨달았다. (웃음) 그런데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은 영화 중에 <꿈팔이 부부 사기단>(2012)이 있는데 그건 부부의 이야기다. 그리고 여자 캐릭터를 그릴 땐 어쩔 수 없이 나의 모습을 고백하는 것 같아 주저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인지 남자 캐릭터의 가면을 쓰면 더 대담한 묘사가 가능해진다.

-심리학을 전공했나 싶을 정도로 사람의 심리에 통달한 듯 보인다.

=타인을 관찰하기보다는 나의 내면을 유심히 관찰하는 편이다. 왜 지금 나는 고통스러운가, 왜 이 세상에 위화감을 느끼는가, 그런 생각들을 오래 붙들고 관찰한다. 재밌는 건 내가 가진 결점을 남들도 가지고 있고 내가 하는 거짓말을 남들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 감정과 생각을 잘 들여다보고 표현한다.

-차기작 계획은.

=<아주 긴 변명>의 경우 아이를 갖지 않은 채 중년을 맞이한 인물의 이야기란점에서 나의 사적 관심사가 반영된 영화였다. 사적 주제를 담은 영화는 이 작품이 마지막일 것 같다. 다음엔 죄를 지었다가 사회에 복귀한 인물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한국 영화인들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바람도 크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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