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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루시드 드림> 김준성 감독
2017-03-02
글 : 김현수
사진 : 백종헌

<루시드 드림>은 언뜻 보기에 이제 막 첫 장편영화를 연출하는 데뷔 감독이 짊어져야 할 숙제가 너무도 많아 보이는 영화다. 소재도 낯설고 심지어 제목도 낯설다. 꿈과 현실을 오가는 복잡한 이야기 구조 안에서 설명해야 할 것도, 보여줘야 할 것도 많다. 또 화려한 할리우드영화에 익숙한 관객의 기대치를 만족시킬 특수효과도 가미되어야 한다. 김준성 감독은 이 모든 난제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현장을 밀어붙였다. 인터뷰 도중 그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대중성이었다. 완성에 대한 책임감은 흥행에 대한 부담감으로 바뀌어 그의 어깨를 여전히 내리누르고 있을지 모른다. 벌써 차기작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젊은 패기로 똘똘 뭉친 그의 말을 들어보자.

-자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 꾸는 꿈을 일컫는 ‘자각몽’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스릴러다.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자각몽에 대해 알고는 있었다. 관련 영화나 TV를 통해 정보를 접하는 정도였다가 자각몽에는 딜드와 와일드라는 개념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딜드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꾸는 꿈, 일반적인 루시드 드림을 뜻한다. 와일드는 훈련이나 연구를 통해 접하게 되는 것이다. 나 역시 딜드의 개념으로 처음 접했고 꿈속에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제목이 어렵다는 의견은 없었나.

=원래는 공모전을 준비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제목은 결정해놓고 쓴 것이다. 다른 제목도 고민해봤지만 자각몽 자체에 대한 소개의 의미도 두기 위해서 놔뒀다. 제목만 듣고도 관객이 궁금증을 갖길 바랐다.

-SF 스릴러 장르를 내세우지만 프로덕션 디자인이 시각적으로는 평범하다.

=보통의 꿈과 자각몽은 상당히 다르다. 자각몽은 램수면의 30배 정도로 공간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꿈 자체도 현실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래서 최대한 판타지적인 요소는 배제하려고 했다. 또 설정상 꿈속에 들어가 사건을 수사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 왜곡이 가해지면 꿈 안에서 단서를 모은다는 설정에 오히려 방해가 되더라.

-소재가 독특하다 보니 개념 설명을 해줘야 하는 장면의 연출이 어려웠을 것 같다.

=일단 제작 환경상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었다. (웃음) 다소 기능적이었지만 정신과 의사 역의 소현(강혜정)이란 인물과 유천씨가 연기한 공유몽을 행하는 디스맨 캐릭터로 정보를 설명해야 했다. 사실 편집과정에서도 이 부분을 가장 고민했다. 시나리오상에서는 소현이 먼저 대호(고수)에게 정신과 치료를 제안하고, 대호가 그 과정에서 죽은 아내를 회상하기도 하는데 너무 지루해 보여 걷어냈다.

-자각몽으로 들어가는 순간에 대한 묘사도 유심히 봤다. 의외로 현실적이라고 해야 할까.

=SF라고는 하지만 현실에서 자각몽이 정신과 치료에 사용되기도 하기 때문에 가상의 효과를 줄 수 없었다. 자각몽을 실행하는 ‘오로라’라는 기구도 실제로 존재하는데 엠씨스퀘어처럼 너무 작다. 그대로 사용해보니 시각적으로 어색해 보여서 미술팀과 협의해 약간의 수정을 가한 정도였다. 실제 사용하는 MRI, CT 장비 등을 약간 응용하는 정도로 기계를 디자인 했고 그외에는 현실과 흡사하다.

-자각몽이란 소재로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아이를 잃은 아빠이자 유괴사건을 파헤치는 기자 대호의 이야기로 만든 이유가 있었나.

=자각몽 자체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때문에 믿음과 결부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생소한 소재를 현실적이면서 대중적으로 풀어나갈 이야기가 필요했다. 아이를 잃어버린 아빠의 감정은 누구나 느낄 수 있고 응원할 수 있지 않나. 꿈 같은 이야기 안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만한 이야기였다.

-꿈에 관한 많은 영화를 참고했을 것 같다.

=참고하기보다는 오히려 <인셉션>(2010)이란 훌륭한 영화를 어떻게 피해갈 수 있을지를 더 많이 고민했다. 드라마의 구성방식은 <소스 코드>(2011)를 많이 참고했다. 꿈과 현실을 오가면서 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이 유사했다.

-대호가 고소당해 검찰에 출두하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한다. 첫 장면을 통해 관객에게 무엇을 제시하고 싶었나.

=소재의 개념 소개보다 관객이 빨리 사건에 개입하길 바랐다. 되도록 빨리 범인을 추적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뭔지를 고민한 결과다. 대체 어떤 캐릭터이기에 꿈으로 사건을 추적하는 무모한 일을 벌일까. 캐릭터를 풀어주면 나으리라 믿었다. 요새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이상호 기자 같은 분들의 이미지를 차용해서 고수씨의 외모를 꾸며봤는데 덕분에 고수씨가 18kg 이상 살을 찌우느라 고생했다. (웃음)

-단편 작업을 할 때와 비교해 첫 상업장편영화를 만든 소감은.

=중앙대학교 03학번이다. 상업영화 현장은 <전설의 주먹>(2012) 연출부 막내로 일한 게 유일하다 보니 이른 나이의 데뷔였다. 혼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금액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가장 컸다. 가장 고민한 것은 대중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와 방법이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처럼 장르영화이지만 대중적으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빨리 데뷔한 비결이라도 있나.

=다른 독립영화를 준비하다가 우연히 공모전에 참가해 <루시드 드림> 시나리오를 쓰던 중 로드픽쳐스의 최선중 대표님을 알게 됐다. 제작사나 투자사 모두 이 영화의 새로운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빨리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입봉을 빨리 한다고 좋은 건 아니다. 얼마나 꾸준히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웃음)

-준비하던 독립영화는 어떤 이야기였나.

=학원폭력물이었다. 왕따를 당하던 아이가 전학을 가는데 그곳에서 자기가 되레 일진이 된다. 그리고는 패거리를 만드는데 살인사건의 누명을 쓰게 된다. 그러면서 아이들 스스로 누명을 벗기 위해 범인을 추적해가는 내용이었다.

-현재 집필 중인 차기작이 있다면 어떤 이야기인가.

=88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던 공무원들에 관한 이야기다. 당시 강대국이었던 일본을 누르고 올림픽을 유치한 배경을 통해 시대의 아이러니를 드러내고자 한다. 명분을 만들어 로비 전쟁을 벌이던 그들이 집에 가면, 가족은 학생운동을 하는 등의 모순적인 상황을 통해 역사적인 평가 뒤에 숨겨졌던 공무원들의 아픔을 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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