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이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00만명을 돌파했다. 박성일 프로듀서는 “성적이 좋아 다행”이라며 담담한 반응이었고, 윤기호 프로듀서는 “김태윤 감독은 20년 만에 ‘인생 스코어’가 나왔다고 좋아하더라”며 감독의 얘기로 기쁜 마음을 대신 전했다.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라는 실화 자체의 무게 때문인지 무겁고 어두운 영화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그런데 <재심>은 대단한 르포르타주가 아니라 따뜻한 휴먼 드라마다. 개봉 전 그런 포지셔닝을 했던 게 결과적으로 통한 것 같다.”(윤기호) 두 사람은 영화의 흥행 분석까지 곁들이며 제작자 마인드를 발동했다.
박성일, 윤기호 프로듀서의 전작은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와 아버지 황상기씨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또 하나의 약속>이다. <또 하나의 약속>은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제작비 걱정을 해야 했던 작업이었다. 동시에 “따뜻한 마음이 모여 영화가 만들어지는 기적”을 확인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시나리오가 재밌는데도 대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영화 제작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쪽팔려서” 두 사람은 <또 하나의 약속>을 만들었다. <재심>을 제작하기로 한 건 ‘미안하다’로 관통되는 영화의 서사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결국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지 않았나. <재심>은, 거창하게 세상을 바꾸고 사법부를 바꾸려는 영화가 아니다. 미안하다는 그 말 한마디를 하는 게 중요했다.”(박성일)
켄 로치를 좋아하는 윤기호 프로듀서와 시드니 루멧을 좋아하는 박성일 프로듀서는 <피도 눈물도 없이>의 제작부로 만나 2011년 에이트볼픽쳐스를 차리며 의기투합했다. 윤기호 프로듀서가 기획·제작한 <페이스 메이커>가 에이트볼픽쳐스의 첫 작품, <또 하나의 약속>이 두 번째 작품이다. 지금은 이디오플랜이라는 이름으로 제작사를 꾸려가고 있다. “원래는 이디엇플랜(idiot plan)으로 하려 했는데 어감이 안 좋다고 다들 반대하더라. 이디엇과 같은 어원을 가진 이디엄(idiom)에는 ‘고유의 특성을 가진’ 이란 뜻이 있다. ‘우리만의 계획’을 펼쳐 나간다는 뜻에서 이디오플랜으로 회사명을 정했다.” (박성일) 두 사람은 이디오플랜이 “크리에이터들이 언제든 편하게 놀다갈 수 있는 놀이터”가 되길 희망한다.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재심>의 진심이 통한 것 같으니 이제 진심으로 돈을 좀 벌고 싶다”는 것. 일단 <재심>의 시작이 좋다. “사익과 공익을 모두 달성”하는 것도 시간문제 같아 보인다.
박성일 프로듀서
“제작자의 일이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보니 업계의 동료들이 내게는 가장 큰 재산이고 동력원이다. 사진은, <혈의 누> 시절 우리의 제작부 사수였던 김성제 감독, 에이트볼픽쳐스를 함께한 <혈의 누> <짝패>의 이원재 작가, 윤기호 PD와 함께 찍은 거다. 모두 고마운 사람들이다.”
윤기호 프로듀서
“두 마리의 반려견, 담배와 별이 모녀를 키우고 있다. 촬영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10년 만에 만난 것처럼 반겨준다. 이 녀석들 덕에 힘내서 다시 촬영장으로 나가곤 한다.”
박성일 2016 <재심>(제작) 2013 <또 하나의 약속>(제작, 프로듀서) 2012 <후궁: 제왕의 첩>(프로듀서) 2007 <궁녀>(라인 프로듀서) 2005 <혈의 누>(제작실장) 2002 <피도 눈물도 없이>(제작부)
윤기호 2016 <재심>(제작) 2013 <또 하나의 약속>(제작, 프로듀서) 2012 <페이스 메이커>(기획, 프로듀서) 2010 <친정엄마>(프로듀서) 2007 <기담>(제작실장) 2005 <혈의 누>(제작부장) 2002 <피도 눈물도 없이>(제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