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알고 봅시다] <신 고질라> vs <콩: 스컬 아일랜드>
2017-03-06
글 : 김현수

그건 아무도 모른다. 동서양 괴수가 동시에 극장가에서 개봉 맞수로 등장한 사례조차 거의 없었을 정도이니, 누가 싸움을 제대로 부추긴 적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신 고질라>와 <콩: 스컬 아일랜드>의 3월9일 동시 개봉은 흥미롭다. 과거 고전 괴수영화의 리메이크작이라는 점도 같으면서, 각각의 영화가 추구하는 연출 방향이 전혀 달라 더욱 흥미롭다. 과연 지구에 등장한 거대 괴수에 맞서 누가 누가 더 용감하게 사태를 이겨나갈 수 있을까. 간단하게 영화 안팎의 정보를 토대로 전력 분석을 해봤다.

<신 고질라>

고질라가 더 크다!

약 12년 만에 새로 등장한 <고지라> 시리즈인 <신 고질라>의 고질라 사이즈는 역대 시리즈 가운데에서도 가장 크다는 약 118.5m로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크기에 비례한 단점도 있다. 오직 고질라 혼자서만 등장하니까 큰 사건 없이 흘러가버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론 포인트는 4단 변신 업그레이드에 있긴 하지만. 지난해 일본 개봉 당시 흥행 스케일도 남달랐다. <신 고질라>는 개봉 당시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극장 수입은 약 80억엔 이상을 벌어들였다. 2016년 일본영화 흥행 톱 3위를 기록했다. 실사영화로만 추산하면 흥행 1위다.

원작보다 무섭게 생겼다!

일단 공동 연출을 맡은 히구치 신지 감독은 과거 특수촬영 감독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고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에반게리온의 창조자이기 때문에 고질라의 크리처 디자인 완성도를 염려하는 팬들은 거의 없었다. 실제 영화에 등장하는 2016년판 고질라는 1954년작 오리지널 <고지라>의 모델과 비교해 훨씬 위압적으로 생겼다. 날카로운 이빨과 가시, 흉측한 피부, 무엇보다 아무런 표정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고질라의 눈은 원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고자 했던 포인트다. 신고질라의 디자인 원형은 유명 애니메이터인 마에다 마히로가 그렸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보고 분개했다고?

히구치 신지 감독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내한 당시, 이러한 <신 고질라> 연출 방향이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의식해서 만든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그가 만들고 싶었던 영화가 바로 <괴물> 같은 영화였다는 것. 영화의 전반부에 고질라가 처음 모습을 드러내면서 정부가 재난 상황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 등은 영락없는 봉준호 감독 영화 속 ‘엇박자 상황’을 의식한 느낌이다. 다만 문제는 웃기지 않고 너무 진지했다는 점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점은 후반부 자위대 출동권에 대한 여러 논의 후 작전을 펼쳐 고질라를 제압할 때의 장면이다. 안노 히데아키 감독 본인의 역작인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유명한 사도 퇴치 작전 중 하나였던 야시마 작전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온 듯했다.

<콩: 스컬 아일랜드>

콩의 삼시세끼 무게는 40t

무지하게 큰 고릴라 혹은 그의 조상, 콩이 언제부터 지구에 살고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이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 생명체라며 놀라워하는 콩의 키는 31.69m(전작 <킹콩>에서는 8m 정도였다)로 설정되어 있다. 어림잡아 아파트 10층 높이 정도 될 것 같다. 실제 영화에서 웬만한 산 하나는 거뜬히 넘어설 정도로 묘사가 되어 시각적으로 압도당한다. 몸무게는 대략 158t으로 16t짜리 스쿨버스 8대의 무게와 맞먹는다고 한다. 그의 무쇠 주먹 악력은 대략 150t이며, 하루 40t의 음식을 먹어치우는데 웬만한 성인 한 사람의 700배에 가까운 음식물을 섭취한다는 설정이다. 그런데도 그 섬에 먹을 게 떨어지지 않는 걸 보면 대단한 섬인 게 분명하다.

콩은 두발로 걷는다!

콩은 완벽한 이족보행을 한다. 이전 영화 속 킹콩들이 간간이 손을 땅에 짚으면서 슬쩍 슬쩍 네발로 기던 모습을 상상해보면 완전히 원작과 결별한 설정이라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콩은 등장만으로도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고질라의 눈이 약간 멍청해 보이는 컨셉이라면 콩의 눈은 확실히 분위기를 압도한다. 심지어 감독은 영화 곳곳에서 지구에서 태양과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걸 암시하듯 콩의 눈동자와 태양을 접목해 다양한 미장센 실험을 보여준다. 시대배경도 원작과 좀 다르다. 1933년작, 2005년작은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시기를 다루고 있는에 이번 영화는 1970년대 베트남전쟁이 끝날 무렵이 배경이다.

<지옥의 묵시록> 더하기 <올드보이>

공개된 포스터를 봐도 알 수 있듯, 조던 보그트 로버츠 감독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 곳곳에서 영화의 다양한 재미 요소를 차용해 집어넣었다. 일단 유사한 시대배경 속에서 미지의 어딘가로 떠나는 원정대가 꾸려지는 구조가 동일하다.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은 더욱 노골적이다. 네이팜탄을 터뜨리면서 정글을 지나치던 <지옥의 묵시록> 장면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거의 숏 바이 숏으로 똑같이 찍은 장면에 놀랄 것이다. 섬에 도착해 콩의 존재를 알게 된 다음 동료들의 복수를 꿈꾸는 패카드 대령(새뮤얼 L. 잭슨)의 얼굴에서도 말론 브랜도의 눈빛을 읽을 수 있을 정도다.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영화를 좋아하는 감독이 집어넣은 <올드보이> 오마주 장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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