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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人] <재심> <싱글라이더> 김일연 촬영감독
2017-03-16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싱글라이더>의 카메라는 움직이는 법이 거의 없다. 주인공 재훈(이병헌)의 복잡한 감정을 흔들리는 카메라로 담아낼 법도 한데, 핸드헬드로 찍은 장면은 단 하나도 없다. 카메라가 움직이는 순간은 재훈을 뒤따라갈 때뿐이다. 김일연 촬영감독은 촬영 전 이주영 감독에게서 “카메라가 이야기에 개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받았다. 사건보다 인물이 중심에 놓인 이야기인 까닭에 내려진 결정일 것이다. 촬영을 준비하면서 김일연 촬영감독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감”이었다. “시나리오를 보면 대부분의 장면이 ‘재훈을 지켜본다’로 나온다. 카메라가 어느 위치에서 재훈을 지켜볼 것인가. 재훈은 아내와 아들이 사는 집을 어느 위치에서 바라볼 것인가. 신마다 인물의 감정, 상황을 고려해 거리감을 정해놓고 촬영에 들어갔다.” 화면에 인물이 어떻게 담길지 가늠하기 힘들었던 까닭에 걱정도 많이 됐지만 1, 2회차 호주 촬영에서 “바이올린 오디션을 보러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타는 수진(공효진)을 재훈이 바라보는 장면을 찍고 나니 이대로만 찍으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싱글라이더>에 투입된 카메라는 알렉사 미니고, 주로 사용한 렌즈는 마스터 프라임 단렌즈 세트와 아리 아루라 줌(ALURA ZOOM) 45~250mm 렌즈다.

‘카메라는 관찰자’라는 원칙을 지켜야 했던 <싱글라이더>의 카메라와 달리 <재심>의 그것은 자유로운 편이었다.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라는 실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라 “조심스러운 면도 적지 않았”지만 김일연 촬영감독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가고 싶”었다. “김태윤 감독과 가장 많이 나눈 얘기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였다. 내 입장에선 변호사(정우)와 피해자(강하늘)가 만나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로도 읽혔다.” <재심>에 사용한 카메라 역시 알렉사 미니, 즐겨 사용한 렌즈 또한 마스터 프라임 단렌즈 세트와 아리 아루라 줌 45~250mm 렌즈.

김일연 촬영감독은 최영환 촬영감독의 조수 출신으로, <숨바꼭질>로 데뷔해 지금까지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재심> <싱글라이더>를 찍었다. “촬영이 이야기 안에 녹아들면서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그의 다음 작품은 장항준 감독의 신작 <기억의 밤>(출연 김무열, 강하늘). “어떤 이미지를 구현하겠다는 생각보다 배우의 감정을 잘 담아내자, 이야기에 맞는 촬영을 하자”는 게 그의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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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촬영부를 함께했던 동생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선물해줬다. 작품을 많이 하라는 의미로 말이다. 지금까지 작업했던 작품의 콘티, 시나리오가 다 들어 있다. 세트 촬영할 때 항상 꺼내서 찍어야 할 장면을 본다.”

영화 2016 <싱글라이더> <재심> 2014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2013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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