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 위해 평범하지 않은 일에 휘말리다 <보통사람>
2017-03-22
글 : 김성훈

전두환이 생각한 이상적 정치체제는 일본 자민당의 장기 집권이다. 1987년 3월, 그는 “일본은 자민당이 31년간을 계속 집권해서 일관성 있게 밀고 가니… (경제가 살아나지)”라고 말했다. 한달 뒤인 4월13일 호헌조치가 발표됐다. 장기 집권을 위해 국민의 민주화 요구를 묵살하고, 일체의 개헌 논의를 중단시킨 조치다. 그것은 6월 민주화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보통사람>은 1987년 호헌 조치 발동을 전후로 전두환의 군사정권이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여러 사건을 기획, 실행한 만행을 소재로 한 영화다.

성진(손현주)은 청량리경찰서 강력계 형사다. 열심히 수사해 범인을 잡아서 말 못하는 아내(라미란)와 한쪽 다리가 불편한 아들과 함께 2층 양옥집에서 살아보는 것이 그의 소박한 꿈이다. 장관 집, 국회의원 집만 골라서 터는 ‘발바리’를 잡아오라는 양 반장의 닦달 때문에 발바리를 잡으러 갔다가 우연히 수상한 용의자 태성(조달환)을 잡는다. 마침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은 성진을 ‘남산’에 불러 자신이 기획한 공작을 맡을 것을 명령한다. 찝찝한 구석이 없지 않은데 주머니에 용돈이 들어오고, 아들 다리도 고쳐준다고 하니 성진 또한 규남의 제안이 아주 싫지만은 않다. 성진의 친한 형이자 <자유일보> 기자 주재진(김상호)은 안기부가 제안한 사건에 이상한 구석이 있으니 성진에게 그만 손 떼는 게 좋겠다고 충고한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 평범하지 않은 일에 휘말리게 된 성진의 사연은 아이러니하다. 성진이 태성을 남산의 공작에 억지로 꿰맞추는 수사도 모순으로 점철됐다. 이 영화는 성진이 아이러니한 일을 겪으며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공을 들인다. 손현주를 포함해 김상호, 라미란 등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드라마도 감정도 탄탄하다. 특히 기획 사건의 희생양으로 몰린 태성을 연기한 조달환은 무려 18kg을 감량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자세하게 얘기할 순 없지만 영화 후반부에서 사족이 긴 건 다소 아쉽다.

어쨌거나 <보통사람>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보통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코미디영화 <히어로>(2013)를 연출했던 김봉한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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