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무기한 휴업 공고 <행복 목욕탕>
2017-03-22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행복 목욕탕’에 무기한 휴업 공고가 나붙는다. 주인 가즈히로(오다기리 조)가 가족에겐 아무런 메시지도 남기지 않은 채 잠적한 거다. 아내 후타바(미야자와 리에)의 반응은 의외로 덤덤하다. 여느 날처럼 빨래를 널고, 밥상을 차리고, 딸 아즈미(스기사키 하나)를 배웅하고, 제과점에 출근한다. 아즈미의 학교 생활은 위태롭다. 세 여학생 무리의 표적이 된 거다. 어느 날 후타바가 긴급 호출을 받고 학교에 갔더니, 아즈미가 교복과 머리카락에 물감 범벅이 된 채 있다. 후타바는 감정이 앞서기 쉬운 상황에서도 딸에게 뜬금없는 농담을 던질 정도로 강한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진다. 의사는 그녀에게 암 말기라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황임을 알린다.

나카노 료타 감독은 전작 <캡처링 대디>(2013)에서 흩어진 가족이 죽음을 계기로 만나는 (혹은 만남에 실패하는) 이야기를 유머와 눈물을 섞어 전한 바 있다. <행복 목욕탕>은 소재와 이야기 방식에서 전작의 연장에 놓인 작품이나, 가족을 그리는 방식에선 변화가 감지된다. 혈연을 중심으로 한 가족보다는 일종의 대안가족을 그려내며 가족의 형성 방식 자체에 주목한다. 주로 가족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향 아래 놓인 것으로 언급되지만, 때로는 무리수를 불사한다고 느껴질 정도의 유머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곳곳에 배치된 유머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극의 호흡을 조절한다. 중반 이후 후타바의 여행에 초점이 모이면서, 목욕탕이 일종의 상징으로 치환되는 건 아쉬운 지점이다. 이 작품으로 올해 일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미야자와 리에의 호연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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