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장혁은 <화산고>(2001)에서 노랑머리를 하고 교복을 입고 시도 때도 없이 장풍을 쏴댔다. 타고난 공력을 주체하지 못해 여덟번이나 퇴학을 맞고 화산고에 전학온 김경수가 되는 길은 사실 험난했다. “그토록 두려움에 떨었던 와이어 액션 연기를 찍은 지도 벌써 나흘째. 경수가 교실에서 운동장으로 튀어나가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도 와이어를 쓴다. 그런데 몸이 영 말을 듣지 않는다. 거짓말 아니라 서른몇번쯤 땅바닥을 굴렀다. 결국엔 카메라를 머리로 받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감독님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기에, ‘열정, 패기, 젊음밖에 없슴다’라고 앙다문 소리를 했다.” 장혁이 직접 쓴 <화산고> 촬영일지 중 한 대목이다. 속마음이 그대로 담긴 이 촬영일지를 읽다보면 장혁의 연기 욕심이 데뷔 초부터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꾸준히 절권도를 연마하며 몸과 마음을 수련해온 장혁은 어느덧 반항적인 청춘의 얼굴을 지나 노련한 배우의 얼굴을 갖게 되었다. <보통사람>에선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냉혈한 안기부 실장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에 대해 고민을 멈추지 않는 장혁. 그를 수식하는 단어에 여유와 노련이라는 단어를 보태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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