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전쟁 한쪽에서 은밀하게 자행된 차별과 편견의 이야기 <로즈>
2017-04-12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성 말라키 정신병원은 최근 한 수감자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자신의 아기를 죽인 혐의로 강제 수감돼 이제는 노년이 된 로즈 맥널티(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이송을 거부한 채 호텔로 변할 병원에 남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거다. 로즈의 정신감정을 위해 병원에 온 그린 박사(에릭 바나)는 로즈에게 인간적인 매력과 호기심을 느낀다. 로즈는 그린 박사에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 공습을 피해 벨파스트에서 고향 발리티반으로 온 젊은 로즈(루니 마라)는 마을의 청년 마이클(에이단 터너)과의 짧은 만남에서 호감을 나눈다. 마이클은 참전을 앞둔 상태인데, 마을 주민들은 영국군편에서 싸울 마이클의 행위가 아일랜드에 대한 배신이라 여긴다.

세바스천 배리의 동명 소설 <The Secret Scripture>를 원작으로 한 <로즈>는 전쟁 한쪽에서 은밀하게 자행된 차별과 편견의 이야기를 톤 다운된 화면 위에 펼친다. 시선의 피해자인 로즈가 거꾸로 방탕한 여자라는 오명을 쓴 채 마을의 외곽으로 쫓겨나는 상황은 성차별적인 동시에, 모호한 경계에 선 사람들을 향한 반목을 암시한다. 한편 서사를 끌어가는 원동력이 되어야 할 로즈와 마이클의 사랑 이야기는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아무래도 짐 셰리던은 인물의 감정선보다는 영화의 메시지에 치중한 듯하다. 로즈가 머문 장소를 중심에 놓고 볼 때 영화는 그녀가 삶의 터전을 점점 잃어가는 이야기로 읽히는데, 영화의 방점이 결국 여기에 찍힌다. 과거에는 전쟁과 편견으로, 오늘날은 재개발로 인해 살 곳을 잃어가는 상실의 연대기로 보는 편이 적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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