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끝난 뒤에도 전쟁은 남는다. 덴마크에선 그 흔적 중 하나가 서해안 해변에 매설된 수만개의 지뢰였다. <랜드 오브 마인>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덴마크 해안가의 지뢰 해체 작업에 투입된 독일 소년병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마틴 잔드블리엣 감독은 전쟁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통해 이해와 용서에 이르는 쉽지 않은 길을 신중한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랜드 오브 마인>의 호평 속에 차기작을 할리우드에서 찍게 된 그의 이름을 앞으로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와 서면으로 나눈 인터뷰를 전한다.
-당신의 고향 덴마크에서 있었던 실화를 영화화했다.
=영국이 지뢰 제거 작업에 독일군 포로를 제공하면서 덴마크 정부는 정치적 딜레마에 빠졌다. 덴마크는 종전 후 국가로서의 위상이 약했고, 당시 영국은 덴마크 해방에 도움을 준 나라였기에 영국의 독일군 포로 제공을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어쨌건 어린 독일군 포로들을 지뢰밭으로 내몬 건 명백한 사실이었고, 덴마크도 전쟁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이 이 사실을 외면했다. 개인적으로는 유럽의 역사와 제2차 세계대전에 항상 관심이 있었다. 전쟁과 관련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소재들을 다루고 싶었는데, 독일인들을 괴물로 그리지 않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시대 구현과 재현을 위해 취재를 많이 했다고.
=이 이야기를 다룬 책은 단 한권뿐이었는데 그것마저 역사학자가 집필한 서적은 아니었다. 참고문헌이 전무한 상태에서 덴마크 군대 산하 옥스뵐 캠프의 협조를 얻어 실제로 소년병들이 지뢰를 해체했던 장소를 알아냈고, 그곳의 상태를 확인했다. 옥스뵐 캠프의 협조 외에는 기댈 데가 없었다. 또 제작자들은 유럽 전역의 지뢰 제거 업체들을 모두 수소문해 지뢰 해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얻었다.
-소년병의 지뢰 해체 작업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엄청난 긴장감을 조성한다.
=최대한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상황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편집이나 촬영의 기교를 통해 서스펜스를 형성하기보다는 좀더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인물이 프레임에 충분히 머물러 있게끔 했다.
-독일 소년병을 연기한 어린 배우들에게는 이 이야기가 꽤 충격적이었을 텐데, 어떻게 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연기를 이끌어냈나.
=전쟁 포로로 희생당한 독일 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이 증오에서 용서로 바뀌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에, 어린 배우들에게도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참고한 영화나 영감을 준 영화가 있는지.
=전쟁영화를 참고하기보다는 존 슐레진저의 <마라톤 맨>(1976)과 마틴 스코시즈의 <앨리스는 이제 여기 살지 않는다>(1974) 같은 1970년대 영화들을 참고했다. 플롯보다 캐릭터에 관심이 많기 때문인데, 캐릭터가 생생하게 그려질 때 가장 드라마틱한 구조와 플롯이 생성된다고 믿는다. 촬영감독으로 참여한 아내와 함께 60년대 영화 스타일도 많이 참고했다. 특히 데이비드 메이즐스와 앨버트 메이즐스 형제의 세밀하면서도 감각적인 촬영방식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 영화를 통해 ‘삶에 대한 감각’을 일깨워보고 싶었고, 관객이 영화 속 인물들에 몰입해 그들을 따라가길 바랐다.
-차기작은 자레드 레토, 아사노 다다노부 주연의 <아웃사이더>다.
=현재 <아웃사이더>의 후반작업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웃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야쿠자에 들어간 미군 이야기다. 앞으로도 덴마크와 할리우드 두곳을 활발히 오가며 활동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