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늘 다른 모습으로 - <어느날> <김과장> 임화영
2017-04-14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최성열

“착한 꽃이지만 아픈 꽃.” 배우 임화영이 말하는 영화 <어느날>의 선화다. 그녀의 죽음은 늘 함께였던 남편 강수(김남길)의 삶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애써 봉인했던 기억들이 쏟아져나올까 두려워 차마 열지 못하는, 이층집 방문 같은 존재인 선화는 그러나 강수의 일상에 추억으로, 회한으로, 아픔으로 끊임없이 출몰한다. <어느날>에서 이처럼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이는 임화영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김과장>의 오광숙으로도 주목받았다. “꽈장님”을 외치던 <김과장>의 쾌활한 경리 사원과 아련하고 차분한 <어느날> 속 선화가 같은 인물이었다니! 최근 배우 임화영을 가장 기분좋게 하는 감탄사는 바로 이런 것이라고 한다.

-<어느날>의 선화는 강수가 과거를 회상할 때마다 등장하는 인물이다.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염두에 둔 선화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상당할 것 같다.

=촬영하기 전 이윤기 감독님, 남길 오빠와 함께 강수와 선화의 관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둘은 캠퍼스 커플이었을까? 오랫동안 연애했을까? 함께 좋아하는 건 뭘까. 그렇게 서로 질문을 하며 강수와 선화가 공유했을 디테일들을 찾아갔다. 두 사람의 좋았던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소품 중 하나가 담배였는데, 흡연자가 아니라서 펜과 금연초를 들고 담배를 자연스럽게 피우는 연습을 많이 했다.

-옆모습이나 뒷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던데, 얼굴이 나오는 장면이 드물어 아쉽지는 않던가.

=아쉽지 않다. 선화라는 인물의 존재가 강수에게 그렇잖나. 아직도 손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아련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녀를 정면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스치듯 옆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배우 김남길과의 작업은 어떤 경험이었나.

=아마 남길 오빠는 지금까지의 출연작을 통틀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배우인 것 같다. 현장에서 서로를 ‘남편’, ‘마눌’이라 부르며 오래된 연인이자 부부로 강수와 선화만의 애티튜드를 찾아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다. 영화에서 강수가 김치를 손으로 집어먹다가 선화에게 혼나는 장면이 있잖나. 편집되긴 했지만 그 뒤로도 수많은 애드리브가 있었다. “너도 (김치) 먹어봐.” “배고프네. 라면 끓여줘.” “맨날 내가 끓이냐?” 남길 오빠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더라면, 이런 애드리브가 자연스럽게 나오기 어려웠을 거다.

-그동안 차분하거나 감정적으로 어두운 인물들을 주로 맡아온 것 같다. 드라마 <김과장>의 경리 사원 오광숙은 그 반대 지점에 서 있는 인물처럼 보인다.

=주변에서는 평소 모습과 많이 달라 힘들지 않았냐고 물어봐주는데 나는 오히려 재밌더라. 평소에 애교가 없는 편이라, 광숙이의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면모를 연기하며 통쾌함을 느꼈다. 임화영이었다면 부끄럽거나 낯간지러웠을 장면들이 ‘광숙이니까’ 괜찮아지더라. 많이들 말씀해주시는 광숙이의 “꽈장님”이라는 대사는, 의리녀인 광숙이라면 모두에게 애칭을 붙이지 않을까 싶어 생각해본 말이다. 이 역할을 통해 연기 면에서 많은 것들을 넓힐 수 있었다.

-자극이 되는 배우가 있다면.

=메릴 스트립. 어떤 영화를 봐도 ‘이 사람에게 이런 면이 있었어?’ 싶은 연기를 하니까. 관객에게 그런 놀라움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차기작은 <석조저택 살인사건>이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도진(고수)의 약혼녀 정하연으로 출연한다. ‘판도라의 상자’ 같은 친구라 많은것들을 얘기할 수 없지만, 그녀만의 색깔과 메시지가 있다는 건 분명하다. 지금은 눈썹의 반이 없는 캐릭터라는 얘기만 전한다. (웃음)

영화 2017 <석조저택 살인사건> 2017 <어느날> 2016 <루시드 드림> 2016 <시그널> 2015 <여교사> 2015 <설행_눈길을 걷다> 2015 <퇴마: 무녀굴> 2014 <일대일> 2014 <메이드 인 차이나> 드라마 2017 <김과장> 2015 <용팔이> 2010 <신의 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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