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잔잔하게 흘러가는 가족 드라마 <아버지와 이토씨>
2017-04-19
글 : 홍수정 (영화평론가)

아야(우에노 주리)는 아버지(후지 다쓰야)를 6개월만 맡아달라는 오빠의 간곡한 부탁을 받지만, 남자친구 이토(릴리 프랭키)와 함께 산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한다. 잠시 후 집에 도착한 아야는 이미 집에 와 있는 아버지를 발견한다. 당분간 이곳에 머무르겠다는 그의 선언과 함께 아버지, 이토, 아야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아야의 아버지는 젓가락질까지 지적할 정도로 잔소리가 심하다. 아야는 그런 아버지와 영영 함께 살게 될까 걱정된다. 54살의 남자친구 이토는 급식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하며 산다. 그는 일견 한심해 보이지만 아야 가족에게 필요한 순간마다 등장하여 능숙하게 문제를 조율한다. 아야는 우연히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되고, 별안간 아버지는 집을 나간다.

<아버지와 이토씨>는 큰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가족 드라마다. 영화는 청년실업, 아이들의 교육, 노인들의 거취 등 현재 일본 사회가 접한 문제들을 다루면서도 이를 무겁지 않게 풀어낸다. 올케는 시아버지를 보고 구토를 하면서도 스스로를 자책하고, 아버지는 함께하는 밥상을 강조하지만 자주 집 밖으로 나간다. 가족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관계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욕망. 영화 속 젊은이와 노인은 모두 자아분열을 앓고 있다. <아버지와 이토씨>는 영화적으로 놀랍지는 않으나 산뜻한 풍경 사이로 드러나는 묵직한 주제를 곱씹으며 감상할 만한 영화다. <사십구일의 레시피>(2013)를 통해 일본의 사회상이 반영된 가족 문제를 다룬 다나다 유키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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