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인물의 추리극 <임금님의 사건수첩>
2017-04-26
글 : 이주현

장원급제해 사관이 된 이서(안재홍)는 임금을 가까이서 모실 생각에 들떠 궁에 입궐한다. 하지만 조선의 왕 예종(이선균)은 왕으로서의 체통과 위엄은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다. 신통한 기억력을 인정받아 사관의 임무에 더해 임금의 비밀 업무를 수행하는 도광 역할까지 추가하게 된 이서는 막무가내 왕에게서 5보 이상 떨어지면 안 되는 신세가 된다. 한편 한양에선 왕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던 부관이 대낮 저잣거리에서 불에 타 죽는 일이 벌어지고 귀신물고기가 출몰한다는 소문이 돈다. 또한 함길도 부사 남건희(김희원)를 비롯한 삼 정승은 조종이 쉽지 않은 예종이 아닌 그의 어린 조카를 허수아비 왕으로 세우기 위해 왕권 교체를 모의한다. 예종은 세간에 떠도는 소문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잠행을 시도하고, 졸지에 극한 직업인이 된 이서는 왕의 잠행에 동원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인물의 추리극이라는 설정은 <조선 명탐정>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코미디를 기반으로 한 시대극이자 활극이란 점에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12),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같은 영화도 연상 된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이라는 동명의 원작 만화를 각색한 작품이지만, 언급한 영화들과의 비교에서 자유로울 순 없어 보인다. 다만 사건이 아닌 캐릭터에 방점을 찍으면서 활극으로서의 스케일보다 버디무비로서의 재미를 강화하는 데 힘쓴다. 유별난 호기심과 추리력으로 물불 가리지 않고 사건에 뛰어드는 예종과 그런 왕의 성격을 다 받아주는(어명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는) 이서의 관계는 셜록 홈스와 존 왓슨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 둘의 성격 차와 신분 차가 영화의 재미를 견인한다. 차이라면 예종이 아닌 이서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예종은 압도적 존재감의 셜록이 되지 못한다. 대신 “안 맞아, 너무 안 맞아”라고 혼잣말로 신세한탄을 하는 이서의 입장에 ‘웃픈’ 마음으로 공감하게 된다. 이선균의 까칠하고 가벼운 말투와 안재홍의 엉뚱하고 어리바리한 느낌이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데 한몫한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일관되게 진지함을 경계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가벼운 웃음을 끌어내려는 태도가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할 것 같다. 쓸데없이 무게잡지 않아 좋지만, 무게감 있는 한방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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