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을 생각할 때 우선 떠오르는 건 그의 울림 가득한 목소리다. 이선균의 목소리는 드라마 <베스트극장-태릉선수촌>(2005), <커피프린스 1호점>(2007), <하얀거탑>(2007) 등에서 믿음직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효과적으로 쓰였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짜증과 냉소가 섞인 말투와 결합하면 드라마 <파스타>(2010)나 영화 <끝까지 간다>(2013)에서 확인한 것처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로맨틱과 믿음직함과 시니컬과 지질함을 오가며 부지런히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한 이선균이지만 한때는 그도 고민 많은 신인이던 때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손님은 왕이다>(2006) 개봉 당시 가진 인터뷰에서 이선균은 이런 말을 했다. “뭘 하고 싶다고 세상이 다 기회를 주는 것도 아니고, 또 지나치게 과장된 연기를 필요로 하는 역할들은 싫고, 소모되는 역할은 거절했더니 나중엔 일이 잘 안 들어오더라.” 이제는 숙제처럼 미뤄뒀던 사극(<임금님의 사건수첩>)에도 도전할 만큼 여유가 생긴 듯하다. 하지만 변치 않은 것도 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은 그의 얼굴과 목소리 그리고 폼 잡는 걸 싫어하는 태도와 연기관이 그것이다. 그 한결같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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