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부터 국내뉴스 지면이 조금 달라졌다. 먼저 영화계의 첨예한 이슈를 다루고 있는 두개의 ‘포커스’ 기사가 나란히 실렸다. 지난 <씨네21> 1101호 국내뉴스 ‘포커스’ 기사, 전영문 스푼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가 기고한 “‘한국 영화산업 상생협력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 구성, 영화계의 미래를 위한 고민인가 소수의 이익을 위한 행위인가”라는 제목의 글, 그리고 그가 2주 연속 같은 지면에 기고한 1102호 기사, “영화진흥위원회의 ‘조직개편안’ 졸속 추진과 ‘영화진흥사업 지원체계 개선안’의 ‘의혹’을 말한다”라는 제목의 글에 대해 이지연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과 최현용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소장이 나란히 반론을 보내왔다. ‘한국 영화산업 상생협력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 구성이 영화계의 미래를 위한 고민인지 소수의 이익을 위한 행위인지 묻고(1101호), ‘영화진흥사업 지원체계 개선안’이 누구에 의한 ‘기안’이며 어떻게 ‘논의’된 개선안인지 묻는(1102호) 전영문 프로듀서의 글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을 확대 재생산시키는 행태이자(이지연), 문제제기의 방향이 틀렸으니 남 탓하지 말라(최현용)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독자 입장에서는 역사상 가장 예상 가능한 대선 결과를 앞두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촉각을 예민하게 발동해주시길 부탁드린다. 그러면서 부득이하게 국내뉴스 지면의 ‘한국영화 블랙박스’를 한동안 닫기로 했다. 현재 4명의 필자(김동현, 안영진, 조종국, 최현용)가 차례를 정해두고 돌아가며 기고하고 있는 시스템상, 최근 ‘포커스’ 지면의 필자나 아이템과 겹치는 일이 빈번해졌고 또한 빈번해질 것 같기에, 견해를 주고받는 양상이 잘 드러나게끔 포커스 지면을 보다 다양한 필자들에게 열어두고 분량 또한 길게 할애하려고 한다. 언제나 ‘다른 매체에서 볼 수 없는 뉴스’를 발굴하려 애써준 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동시에 <씨네21>의 마지막 지면을 오래도록 버티고 서 있는 에세이 ‘디스토피아로부터’ 필자 리스트도 이송희일 감독을 제외하고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변동이 생겼다. 조광희 변호사, 한유주 소설가, 노덕 감독이 마지막 원고를 보내오면 이미 지난 1102호부터 원고를 쓰기 시작한, <감각의 제국>을 쓴 문화평론가 문강형준과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성폭력에 맞서다> 등의 공저자인 여성학자 권김현영이 새로이 합류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25일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벌어진 동성애 발언 논란을 보면서 머리가 어지러운,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지 후보에 대한 막판 고민을 덜게 해줘서 고마운 가운데, 공교롭게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자신(톰 행크스)을 해고한 로펌을 상대로 소송에서 감격적인 승리를 거두었던 영화 <필라델피아>(1993)를 만든 조너선 드미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1776년 미국 독립선언문이 낭독된 필라델피아, 인권과 평화의 상징과도 같은 그 도시에서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부른 주제곡 <Streets of Philadelphia>는 이렇게 노래했다. “상처입고 지친 나는 이제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네. 창에 비친 저 얼굴이 과연 나인가, 알아보지도 못하겠네, 오 형제여! 필라델피아의 거리에서 사라져가는 나를 그렇게 내버려둘 생각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