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할리우드영화의 홍수 속에 이렇다 할 독일영화가 뜸한 가운데, 독일영화에 새바람을 몰고 온 작품 하나가 개봉했다. 베를린 밤거리를 배회하는 젊은 영혼을 원 테이크로 담은 <빅토리아>(감독 제바스티안 시퍼, 2015) 이후 또 다른 ‘베를린영화’로 불러도 좋을 <타이거 걸>에 영화평론가들이 환호를 보내고 있다.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서 선보인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킨 <타이거 걸>은 소심한 소녀가 자신감 넘치는 또래 소녀 타이거를 만나면서 해방감을 맛보고 만용을 부리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베를린의 어느 밤, 한 소녀가 젊은 남성들에게 성희롱을 당한다. 그때 쇼트커트에 봄버 재킷과 군화 차림의 소녀 타이거가 야구방망이를 들고 나타나 이들을 날랜 무술 솜씨로 물리친다.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타이거는 소녀에게 바닐라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예의 바르다는 것은 일종의 폭력일 수 있다”고 일깨운다. 이를 계기로 둘은 급속히 가까워진다. 하지만 바닐라는 타이거를 통해 배운 자신감으로 자유로워지기는커녕 폭력을 행사하고 약자를 괴롭히는 ‘선무당’의 길로 빠진다. <타이거 걸>의 야코프 라스 감독은 이미 2013년에 저예산 독립영화 <러브 스테이크>(2013)로 주목받았다. 야코프 라스 감독은 당시 ‘포그마’라는 개념을 앞세웠다. ‘퍽 도그마’(fuck dogma)라는 뜻의 ‘포그마’는 영화 촬영 시 지켜야 할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활기차게 작업하는 것을 모토로 한다. 그는 자신의 영화를 ‘전투적 예술영화’(martial arthouse)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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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감각의 ‘베를린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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