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두고 봐라, 이래 당하고만 있겠나. 게임은 인자 시작이다! <보안관>
2017-05-03
글 : 김수빈 (객원기자)

부산 기장의 한 어촌. 대호(이성민)를 빼놓곤 마을의 대소사를 논할 수 없다. 대호는 보안관이라 불리지만 하는 일은 동네 반장에 가깝다. 5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마약 수사반에서 활약하는 형사였다. 하지만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동료를 잃고 범인까지 놓치고 만다. 경찰복을 벗은 대호는 형사 시절의 인맥과 직감을 바탕으로 처남과 동네 형, 아우들과 동네의 질서 수호에 나선다. 하루는 평화로운 대호네 마을에 비치타운을 건설하겠다는 이들이 나타난다. 계획을 주도한 외지인은 5년 전 대호의 ‘그 사건’에서 마약 운반책으로 붙잡힌 종진(조진웅)이다. 대호는 당시 종진의 딱한 사연을 듣고 감형에 도움을 준 바 있다. 기업인으로 성공한 종진은 과거 인연을 떠올리며 대호를 극진히 대접한다. 한편 비치타운 소식과 함께 때마침 부산지역에 마약 스캔들이 터진다. 대호는 종진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고 여긴다.

<보안관>은 색이 진한 영화다. 한여름의 계절감, 억센 사투리 억양만큼이나 강한 지역색이 영화의 무드를 형성한다. 벡델 테스트 따위 괘념치 않는 듯 지역 토박이들로 구성된 마초 캐릭터들도 그렇다. 대호가 성냥개비를 꼬나문 채 <영웅본색>의 한 대목처럼 등장하고, 딱 붙는 민소매를 입은 채 웨이크보드로 바다를 질주하는 신은 영화의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장르적으로 보자면 홈런 한방 대신 잦은 타격으로 승부하는 코미디다. 만사에 열의로 들끓는 한 남자와 행동대장, 얼뜨기 등으로 구성된 친근한 캐릭터군이 웃음을 견인한다. 말투, 슬랩스틱, 타이밍과 상황을 활용한 코미디는 자연스레 극에 녹아든다. 그렇지만 수사극 특유의 긴장감은 떨어지는 편이다. 저돌적인 행동을 수반하는 주인공의 의심은 합리적 영역으로 좀처럼 나아가지 못한다. 시종일관 평온하고 침착한 악당은 마땅히 화를 내야 할 순간에도 기이할 정도로 점잖게 응대하며 이 사건에서 절대적 우위이자 진실의 어렴풋한 얼개를 예감케 한다. 육감적인 의심, 무례한 수사, 허망한 결과가 반복되며 수사극은 쉽게 패턴화된다. 결말의 카타르시스는 팽팽한 긴장감을 뚫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도 지치는 끈질긴 섀도복싱 중에 운 좋게 맞아들어간 어퍼컷 한방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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