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시민>에서 ‘추억이 깃든 서울’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며 선거전을 치르는 서울시장 변종구는 가족도 동료도 내팽개치고 권력의 꼭대기를 향해 질주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하필 영화의 설정상 그가 공장 노동자 출신이란 신분을 이용해 서민 흉내를 내는 모습을 보니, 과거 최민식이 연기했던 여러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를테면 욕망의 화신과도 같았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최익현이나 <악마를 보았다>의 지긋지긋한 연쇄살인마 장경철 같은 소위 ‘악역’ 캐릭터 계보의 반대편에 놓인 인물들, 그러니까 <주먹이 운다>의 태식이나 <꽃피는 봄이 오면>의 현우, <파이란>의 삼류 건달 강재 등 하루 벌어 겨우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특별시민>의 변종구는 하늘을 우러러 스스로를 한없이 부끄러워해야 하는 인물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특별시민>을 보면서 오랜만에 강재와 현우의 눈빛을 다시 보고 싶어졌다. 서울시장 변종구가 영화에서 하는 일이란 게 결국 태식이나 강재, 현우 같은 사람들에게서 하나라도 더 뺏어가는 짓이기에 더욱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배우의 이전 사진을 찾아서 들여다보면 그때 그 시절의 강재나 현우가 보여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