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관객 전체를 속일 수 있기를 원했다 - <원라인> 왕지원
2017-05-05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백종헌

사기꾼 위에 더한 사기꾼, 그야말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다. ‘대출 사기’를 벌이는 <원라인>의 사기단 속 캐릭터들 이야기다. 그 가운데서도 자신을 속여먹으려는 이보다 한발 앞서 뒤통수를 치고, 필요하다면 자기를 속이려는 자와 손을 잡을 의향이 있으며, 한패가 돼 한건 제대로 올리고서도 다음 스텝을 위해선 뒤도 안 돌아보고 ‘안녕’을 고하는 ‘독고다이’가 있다. 할 줄아는 것이라고는 공부밖에 없어 보이던 모범 대학생 해선이다. 하지만 그런 해선은 극이 진행될수록 돈이라는 확고한 자기 목표를 향해 변신 또 변신한다. 사내들 사이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는 해선을 왕지원이 연기했다. <원라인>은 그녀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사기단의 사기가 진행될수록 대학생이던 해선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았을 것 같다.

=해선은 사람 사이의 정보다는 자기 이익을 따르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악의가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영화 속 많은 남성 캐릭터 사이에서 계속해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이고 등장할 때마다 변화가 있어야 했기에 정말 잘해보고 싶었다. 감독님과 현장에서도 ‘해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에 대해서 많은 얘길 나눴다. 해선은 ‘민재(임시완) 하나만 속이는 게 목표가 아니다, 관객 전체를 속이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왕지원스러운 해선을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소위 여성적이라고 하는, 부드럽고 여린 이미지와 나는 거리가 멀다. 일단 목소리부터가 중저음이지 않나. (웃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강인하고 시크한 면이 변화하는 해선의 모습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길 바랐다. 이를테면 극 초반 시계방에서 민재를 속이기 직전의 해선이 민재에게 팔짱을 끼며 ‘요즘 운동하나봐?’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었다. 근데 해선이라면 도저히 그런 말을 할 것 같지 않더라. 감독님께 대사를 “우리 술 한잔할래?”로 바꾸면 어떻겠느냐고 말씀드려 지금의 대사가 됐다.

-배우가 되기 이전, 촉망받는 발레리나였다. 선화예술학교, 영국로열발레스쿨,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발레 학사를 거쳐 국립발레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연기는 전혀 다른 선택지였을 텐데.

=5살 때부터 발레를 시작했고 초등학교 3학생 때 ‘나는 꼭 강수진씨만큼 유명한 발레리나가 될 거야!’라며 꿈을 꿨다. 그렇게 발레를 하다가 17살 때 골반뼈가 골절되는 등 큰 부상을 입었다. 그쯤 우연히 길에서 찍힌 사진이 계기가 돼 모 화장품 브랜드의 모델 선발대회에서 1등을 했다. 그렇게 잡지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됐다. 부상으로 발레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고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던 차라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즐거웠고 또 다른 나를 찾는 것 같았다. 이후 국립발레단까지 들어갔지만 더이상 늦어지면 안 되겠다 싶어 연기를 시작했다.

-탁월한 신체적 조건과 몸으로 표현하는 것에 재능이 있는 데다 강인한 인상까지 덧붙여지면 액션영화에서 만나봐도 좋을 것 같다.

=정말, 꼭, 하고 싶다. (웃음) 직접 배우자는 심정으로 얼마 전 서울액션스쿨에 다녀왔다. 선생님들께서 되게 놀라며 발차기에 소질이 있다고, 나중에 액션 합을 짜게 되면 발차기를 주특기로 넣어도 좋겠다고 하시더라. 대역 없이 제대로 액션을 소화해보고 싶다.

-배우로서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보고 있나.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화면에 예쁘게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맡은 역할에 딱 맞는, 캐릭터 그 자체로 보이길 바란다. 갈 길이 멀기에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말을 할 수는 없다. 다만 배우의 일이란 우여곡절이 많고 기다림의 연속인만큼 잘해나가기 위해서는 내공을 쌓고 쉽게 흔들리지 않게끔 나를 잘 다잡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영화 2016 <원라인> 드라마 2016 <불멸의 여신> 2015 <이혼 변호사는 연애중> 2014 <로맨스가 필요해> 2014 <어떤 안녕> 2014 <운명처럼 널 사랑해> 2013 <굿 닥터> 2012~13 <닥치고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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