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생 니시미야(하야미 사오리)의 첫인사는 특별했다. 언어장애를 가진 그는 노트에 한자 한자 이름을 적어 자기를 알린다. 반 아이들은 그런 니시미야에게 호기심을 가진다. 하지만 선생님의 전달사항을 일일이 써서 알려줘야 하고 늘 반응이 둔한 니시미야는 아이들에게 점점 귀찮은 존재가 된다. 관심은 금세 미움으로 변해버린다. 아이들 사이에서 대장 노릇을 하던 이시다(이리노 미유)는 친구들과 함께 니시미야를 왕따시킨다. 니시미야가 등교를 거부하며 이 문제가 어른들에게도 알려지자 아이들은 모든 걸 이시다 탓으로 돌려버린다. 가해자였던 이시다는 한순간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고등학생이 돼서도 여전히 왕따에 시달리던 이시다는 죽기로 결심하고, 그전에 니시미야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하기로 한다.
<목소리의 형태>는 정교한 이미지와 사운드 조율로 인물들의 심리를 전달하는 영화다. 좋고 싫음을 쉽게 표현하고, 또래에게 크게 영향을 받는 아이들의 특성이 생생하게 녹아 있다. 대인기피증을 앓는 주인공의 심리에 따라 캐릭터들의 얼굴이 삭제되는 등 만화적인 설정도 영화의 톤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햇빛을 묘사하는 색감만으로 하루의 시간대를 선명하게 전달하고, 피고 지는 식물들의 변화로 계절의 흐름을 담아내는 등 한컷 한컷에 들인 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청소년 시절에 대한 생생한 심리 묘사뿐 아니라 장애아가정이 겪는 어려움, 진정한 사과와 용서의 의미처럼 영화엔 여러 주제가 담긴다. 사과와 용서는 한마디 말로 쉽게 해결되는 것들이 아니다. 끈질기고 묵묵하게 그 과정들을 따라가는 영화답게 러닝타임이 긴 편이지만 그만큼 영화가 주는 여운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