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메모리] ‘바른생활 청년’에서 진지한 배우로 - 고수
2017-05-11
글 : 이주현
사진 : 씨네21 취재팀

1999년에 제작된 광고니 가물가물할 법도 한데 이상하게 박카스 CF 속 ‘바른생활청년’ 고수의 모습은 여전히 눈에 선하다. “젊음, 지킬 것은 지킨다!”는 카피는 오랫동안 고수를 반듯한 이미지에 가두어두었지만, <피아노>(2001), <순수의 시대>(2002) 같은 드라마에서 순수와 우수를 오갔던 고수에게 그 이미지는 꽤 유용하게 쓰였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이미지가 답답했는지 첫 영화 <썸>(2004)에서 마약 실종 사건을 추적하는 강력계 형사로 변신을 꾀했다. <썸>의 개봉을 앞둔 고수가 당시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재밌다. “더 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죠. 후시녹음하러 가서, 감독님한테 다시 찍자고 졸랐다니까요. 궁금해요. 최민식 선생님이나 설경구 선생님 같은 분들도 작품 끝내고 나면 후회하고 아쉬워하고 그러실까요?” 그때나 지금이나, 카메라 앞에서나 뒤에서나 여전히 “걱정을 혼자 짊어진 사람”처럼 과묵하게 생각을 불리길 즐기는 고수는 수다스런 말이 아니라 작품 속 캐릭터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선 무려 사랑에 빠진 마술사와 복수를 꿈꾸는 운전기사 역을 맡았는데, 그러고보면 언제나 진지하게, 조금은 의아하게 제 소신을 드러낸 배우가 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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