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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터널> 추억의 ‘영퀴방’
2017-05-16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OCN <터널>은 딱히 새로울 게 없는 드라마다. 캐릭터, 프로덕션 디자인, 트릭 대부분이 앞선 드라마나 영화, 몇몇 미국 드라마를 노골적으로 차용한다. 제작진이 게으르기 때문일까? 영화 전문 채널에서 방송하는 장르 드라마를 굳이 찾아보는 사람들. 그들을 상대로 일정한 공식에 대입한 익숙한 오락물을 양산해야 하는 과제 앞에서 <터널>은 그들이 알 만한 퀴즈를 내고 답을 맞히는 쾌감을 유도한다.

1986년에서 30년을 건너뛰어 2016년에 도착한 형사 박광호(최진혁). 그의 옷차림을 “<수사반장>에서 튀어나온 줄 알았어”라고 놀리는 장면을 보자. 사실 광호의 옷은 <형사 콜롬보>의 패션에서 영향을 받은 MBC <수사반장>의 형사들보다, <수사반장>을 보며 짜장면을 먹던 <살인의 추억>의 형사쪽에 가깝다. <터널>이 여러 번 <수사반장>을 언급하는 이유는, 첫 대면에서 형사가 파트너에게 수갑을 채우는 설정이나 용의자가 실은 목격자였다는 트릭을 빌려온 <살인의 추억>이 가장 빠르게 연상할 수 있는 힌트이기 때문이다. <터널>을 PC통신 ‘영퀴방’풍으로 재연해보자. 1번 힌트로 <수사반장>만 던져도 열에 아홉은 <살인의 추억>이라고 반응할 거고, 장점으로 꼽히는 빠른 전개는 출제자가 정답자를 지목하기 전에 한 타이밍 빠르게 ‘축’이 우수수 올라오던 풍경과도 비슷하다. 극중 연쇄살인범들 역시 퀴즈에 착실하게 달려들고, 상대가 정답에서 멀어지면 초조해하며 노골적인 힌트를 뿌리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영퀴방의 재미라면 ‘축’과 ‘감사’가 쌓이는 스크롤 아래, 천연덕스럽게 다음 힌트를 이어가며 아직 정답이 나오지 않았음을 알리는 출제자의 반전이 아닐까. 종영까지 아직 4회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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