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각자의 눈으로 파리를 담고 또 함께 파리를 느낀다 <로스트 인 파리>
2017-05-17
글 : 정지혜 (객원기자)

파리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지만 그것대로 낭만과 유머, 통찰이 되는 도심임에 틀림없다. 캐나다에서 파리의 삶을 꿈꾸던 마르타 이모와 조카 피오나는 각자의 방식으로 그 꿈을 이룬다. 30여년간 파리에 산 마르타는 어느날 피오나에게 편지를 보낸다. 자신을 요양원에 보내려는 사람들이 있으니 도와달라는 요청이다. 편지 끝에 여전히 파리가 좋다고 썼는데 그 말에는 파리를 여전히 거닐고 싶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피오나는 배낭 하나 메고 드디어 파리로 가지만 이모는 온데간데없고 도착 첫날부터 센강에 빠지고 만다. 센강에서 노숙하던 돔은 우연히 주운 피오나의 가방 덕에 호사를 누리고 피오나와 만나기까지 한다. 두 사람은 마르타 이모가 죽은 줄 알고 장례식에 찾아갔다가 서로에 대한 묘한 감정을 확인한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피오나, 돔, 마르타는 그 넓은 파리에서 계속해서 엮이고 물리며 점점 더 가까워진다. 우여곡절 끝에 세 사람은 에펠탑 위에서 만나 나란히 앉아 파리 시내를 내려다본다. 각자의 눈으로 파리를 담고 또 함께 파리를 느낀다. 슬랩스틱 코미디인 <룸바>(2009), <페어리>(2012)로 유머러스한 작품들을 보여준 도미니크 아벨과 피오나 고든의 신작이다. 실제 부부 사이기도 한 이들이 연출, 각본, 연기를 모두 맡았고 전작에서처럼 음악과 춤을 섞어 색다른 파리를 보여줬다. 예측할 수 없는 돔, 그에 뒤지지 않는 엉뚱한 피오나 커플만큼이나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에마뉘엘 리바가 표현한 마르타다. 여전히 파리를 향해 눈을 반짝이는 마르타에게선 사랑을 꿈꾸는 마음이 읽힌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