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대형 견에게 물려 처참한 모습으로 죽은 채 발견된다. “개밥이 되는 벌.” 증거라곤 살인자가 현장에 남기고 간 쪽지뿐이다. 이후 온갖 엽기적인 방식으로 살인이 자행되고 그 시체들이 도시 곳곳에서 발견된다. 사건은 비오는 날에만 일어나며, 유일한 단서는 살인자의 메모뿐이다. 강력 살인반의 사와무라 경관(오구리 슌)은 사건을 조사하다 한 가지 결정적인 사실을 발견한다. 피해자들이 모두 3년 전 한 살인사건 재판의 배심원이었다는 것. 하지만 여섯명의 판사와 배심원 중 이미 다섯명이 희생된 후다. 살아 있는 배심원은 한명, 사와무라의 아내 하루카(오노 마치코)다. 일에만 매달린 채 가정을 등한시하는 남편에게 지친 하루카는 아들 쇼코와 함께 집을 나가 2주째 연락 두절 상태다. 도모에 료스케의 세권짜리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원작의 구성을 충실히 따른다. 다섯번의 잔혹한 살인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조각난 단서들을 꿰맞추며 형사가 범인의 정체에 다가서는 과정이 극의 전반부를 이룬다. 중반을 넘어서면서는 밀실을 무대로 한 형사와 범인의 심리게임이 시작된다. 사이코패스에 다름없는 살인자의 행태, 트라우마로 인한 범죄 동기 등 여타 장르물과 비교해 새롭게 다가오는 설정은 없다. <뮤지엄>은 제목이 암시하듯 주인공의 극악무도한 범죄행각과 그 부산물들을 전시하듯이 늘어놓고 비주얼과 수법에서 오는 충격을 영화의 동력으로 삼는다. 중반 정도까지는 안정적으로 서스펜스를 구축해나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위악적인 묘사에만 치중하는 인상이다. 반복되는 무고한 죽음은 심리적 피로감으로 다가온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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