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영화人] 장규호 푸르모디티 대표
2017-05-18
글 : 곽민해 (객원기자)
사진 : 박종덕 (객원기자)

“감독으로부터 한번도 불평을 듣지 않은 최고의 파트너.” 전주국제영화제와 10년째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푸르모디티에 대한 안현준 전주프로젝트마켓 팀장의 말이다. 푸르모디티는 해외로 수출되는 한국 영상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번역하는 프로덕션이다. 장규호 대표는 방송국 편성 PD 출신으로, 2004년 지금의 회사를 열었다. ‘화덕’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포르노’(Forno)에서 따온 푸르모디티란 이름에는 “화덕에서 새로운 물건을 구워내는 것처럼 번역과 자막 작업을 통해 콘텐츠의 가치를 더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설립 초기, 한류 열풍과 함께 방송 번역을 주로 맡은 푸르모디티는 영화까지 꾸준히 활동반경을 넓혔다. 장규호 대표는 “고개를 ‘돌리다’와 ‘숙이다’의 뉘앙스가 어떻게 다른지까지” 점검하는 감독들과의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연출자가 얼마나 관심을 갖는지에 따라 번역의 퀄리티가 달라”지기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장 대표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이렇게 호흡을 맞춘 감독이 다시 작업을 의뢰할 때다.

그러나 “감독과의 의견 조율을 최우선 과제”라 여기는 그마저 혀를 내두른 영화가 있으니, 바로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인 김수현 감독의 <우리 손자 베스트>(2016)다. 다큐멘터리는 사전 조사가 필요하고, 번역가가 함부로 재량을 발휘할 수 없어 작업 기간이 길었다. 여기에 “한국인도 잘 모르는 일베 용어를 외국인에게 전달해야” 했으니 고충이 컸을 법도 하다. 영화만으로는 일베 유머를 이해할 수가 없어 “주변의 전문가(?)를 초빙해 장면마다 해설을 부탁했다”는 장규호 대표가 찾은 해법은 미국의 유사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미국인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미국에도 일베 같은 사이트가 있다더라. 그 커뮤니티에서 쓰는 은어와 일베 용어를 대조했더니 맥락이 딱 맞았다.” 푸르모디티는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해 디아스포라영화제와 무주산골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디아스포라영화제와는 올해가 첫 협업으로, 베트남 최신 영화 세편을 상영하는 ‘아시아 나우: 베트남’섹션을 공동으로 진행한다. 장규호 대표의 오랜 꿈인 ‘다문화 상영관’ 설립에 다가가는 첫 단추다. “이주민들 고향의 최신 영화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개봉관을 열고 싶다. 월요일엔 베트남영화, 화요일엔 타이영화를 트는 식으로.” 장규호 대표는 이처럼 소신 있는 작업이 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거라 믿는다. “자막 작업하는 친구들이 사회와도 더 소통하면 좋겠고. 이게 회사의 색깔이 되면 다른 일도 들어올 거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포터블TV

“얼리어답터를 자처했던 아버지 덕에 어린 시절 집에 신기한 기계가 많았다. 그중 하나가 이 포터블TV다. 어딜 가든 이 작은 화면으로 영상을 봤는데, 돌아보면 지금 일을 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된 것 같다. 이제는 작동이 안 되는데도 여전히 책상에 올려두고 본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내 모습이 딸에게 영향을 줄 거라 생각하니 어깨가 무겁다.”

영화 번역 및 자막, 라인 프로듀서 2017 <더 플랜> 2017 <저수지 게임> 2017 <노무현입니다> 2017 <미스 프레지던트> 2017 <시인의 사랑> 2017 <버블패밀리> 2017 <이중섭의 눈> 2016 <우리 손자 베스트> 2016 <자백> TV 번역 및 자막 2010 <누들로드> 2009 <북극의 눈물> 2009 <한반도의 공룡> 2008 <차마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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