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스페셜] DC의 야심작 <원더우먼> 미리 보기
2017-05-24
글 : 김현수
로맨스와 액션으로 무장한 여성 슈퍼히어로, 위기의 DC를 구할 수 있을까?

아테나보다 총명하고, 헤라클레스보다 힘이 세며, 헤르메스보다 더 빠르고, 아프로디테보다 더 아름다운 전사, DC 코믹스의 인기 캐릭터 원더우먼의 영화화는 경쟁사인 마블의 슈퍼히어로 영화시장 독주에 대항할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까. 영화화 소식이 알려진 이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에 첫 등장하기까지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에 안착할 원더우먼의 정체는 많은 팬들의 관심사였다. 미국 히어로 역사상 손꼽히는 인기 캐릭터를, 이미 수십년 전에 TV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큰 인기를 누렸던 원더우먼을 또다시 스크린에 복귀시킨 이유는 뭘까. 슈퍼히어로영화사상 처음으로 여성감독이 만든 여성히어로 단독 주연작이란 타이틀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전쟁의 신 아레스의 광기에 맞서 지구 파괴 음모를 저지하던 원더우먼은 과연 코믹스의 영광을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 안에서 다시 한번 재현할 수 있을까. 숱한 궁금증을 안고, 영화를 만나기에 앞서 공개된 몇 가지 사실을 조합해 그 결과를 상상해봤다.

원더우먼의 탄생

잭 스나이더 감독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은 개봉 이후, 흥행과 별개로 평단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원더우먼의 짜릿한 첫 등장만큼은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성비로 따지자면 매우 불균형적인 남성 전용 슈퍼히어로 세계에서 그녀의 등장은 더욱 빛날 수밖에 없었다.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이하 DCEU)를 대표하는 (혹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대항할) ‘저스티스 리그’의 핵심 구성원 중 한명으로 이미 영화화에 성공한 배트맨과 슈퍼맨에 이은 원더우먼의 등장은 DC로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원더우먼>은 여전히 DC의 분위기 메이커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지금 원더우먼은 지구의 운명뿐 아니라 어쩌면 DCEU의 운명, 그러니까 후속 시리즈인 <저스티스 리그>의 성공을 위해서 미리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원더우먼은 이런 어마어마한 임무를 어깨에 짊어질 자격이 있다. 이미 DC의 히어로 캐릭터 중에 대중적 인지도는 슈퍼맨과 배트맨에 결코 뒤지지 않으므로 단독 주연작의 영화화는 당연한 수순이었으리라. 물론, 2006년에 조스 웨던 감독이 영화화를 추진하기도 했고 또 당시 다양한 배우들이 거론되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배우 갤 가돗의 캐스팅 역시 발표 초기에는 논란이 있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이후에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녀 스스로 “이번 영화의 촬영은 마치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것 같았다”고 말할 만큼 부담감도 컸다. 그녀가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2011)에서 한(성강)의 연인으로 활약할 때만 해도 캐릭터 이름이 지젤이었다는 걸 기억하는 관객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갤 가돗에게 원더우먼이란 존재 혹은 기회는 배우 인생의 새로운 시작 내지 새로운 희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더우먼>에서 그녀가 맡은 캐릭터는 신성한 고대 아마존 종족이 설립한 미지의 나라 데미스키라의 공주 다이애나. 영화에서는 어떤 배경 설정으로 등장할지는 모르겠으나 코믹스에서 다이애나는 어머니인 히폴리타(코니 닐슨)가 아프로디테의 기운을 받아 흙으로 빚어 만든 신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인간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는 데다 오직 여성들만 부족을 이뤄 살고 있는 미지의 섬나라에서 어려서부터 전사 훈련을 받고 자란다. 데미스키라는 그리스어 어원으로 ‘정의의 여인들’이라는 뜻이며, 데미스키라에 사는 종족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해 전사로 길러진다는 설정이다. 인간보다 뛰어난 전사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원더우먼의 자격을 얻게 되는 다이애나는 슈퍼맨에 필적할 만한 전투 능력을 갖춘 캐릭터로 등장한다.

원더우먼의 러브 스토리

수천년 전부터 인류의 눈에 띄지 않은 채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구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존재했던 그들이 문명사회에 등장하게 된 이유는 뭘까.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이 활개를 치기 시작해서다. 그녀를 문명사회로 이끄는 인물은 크리스 파인이 연기하는 스티브 트레버. 그는 미군 조종사이자 스파이로 활동하면서 영국군을 위해 독일 사령부에 잠입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런데 임무 수행 중에 인류를 몰살시킬 수 있는 무기에 대해 알게 되고, 그 정보를 탈취하는 데 성공하지만 본국으로 가지 못하고 적국의 공격으로 데미스키라에 추락한다. 이를 목격한 다이애나가 생애 처음으로 남자를 만나고, 또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면서 인간들이 벌이는 전쟁을 막기 위해 ‘원더우먼’의 자격으로 섬을 나선다. 이는 1975년부터 79년에 이르기까지 90분짜리 영화 한편과 3개 시즌으로 나뉘어 제작된 TV시리즈 <원더우먼>의 설정과 거의 같다. 원작의 배경인 2차 세계대전을 1차대전으로 변경했을 뿐이다.

과거 TV시리즈 시절에 원더우먼을 연기했던 배우 린다 카터의 존재감이 새로운 원더우먼 갤 가돗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최대한 원작의 추억을 살릴 수 있는 영화의 각본은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파일럿이자 스파이인 스티브를 연기하는 크리스 파인은 이 영화를 두고 “산전수전 다 겪은 현실주의자 스티브가 순진한 이상주의자 다이애나를 만나면서 스티브는 희망에 대해, 다이애나는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요약한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새로운 세상으로 나선 다이애나가 인류 문명을 처음 접하게 되면서 겪는 내적 갈등이 원더우먼이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줄 요소란 얘기다. 그 과정에서 크리스 파인 스스로 "함께 연기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고 하는 원더우먼과 스티브 사이의 러브 스토리도 빠질 수 없다. 여러 경로를 통해 공개된 예고편과 스폿 영상에서는 이들의 절절한 사연이 등장하지 않아 미리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생애 처음으로 문명을 접하게 된 다이애나가 인간의 의식주를 경험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코믹하게 묘사된다는 것은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앞선 DCEU의 영화들, <배트맨 대 슈퍼맨>이나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가 온도 조절에 실패한 주제나 스타일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다소 유치하거나 따분할 수 있는 신화적 존재의 등장에 이같은 유머 코드가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영화를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원더우먼의 액션

원더우먼이라는 캐릭터에 생명력을 더할 요소에는 인류애가 끓어오르는 그녀의 심장뿐만 아니라 화려한 액션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독특한 원더우먼의 무기를 활용한 액션 장면은 슈퍼히어로영화 중에서도 신선한 볼거리가 될 거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어떤 것도 손상을 입힐 수 없는 갑옷과 대지의 신 가이아의 황금 거들로 만들어진 진실의 올가미(lasso of truth), 총알은 물론 레이저도 막아낼 수 있다고 알려진 승리의 팔찌(bracelets of victory), 이지스의 방패, 벗어서 던지면 부메랑처럼 적을 공격하고 돌아오는 황금관(golden tiara) 등을 이용한 원더우먼만의 독창적인 액션이 기대된다. 액션이 펼쳐지는 배경 또한 인상적일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탈리아의 아말피 해변에서 촬영한 데미스키라의 해변 전투는 예고편에도 잠깐 등장했다. 촬영현장을 회상하는 크리스 파인에 따르면 “종합격투기 선수, 크로스피트 트레이너, 복싱 챔피언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이 모여 아마존 전사를 연기하는 광경”을 보여줬다는 전투 장면이 영화에 어떻게 구현될지 무척 기대된다. 그 밖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적들과 생화학 무기 살포로 추측되는 그들의 음모를 저지하기 위한 전투 장면 역시 원더우먼의 다양한 무기 활용을 볼 수 있는 장면이 될 것이다.

슈퍼히어로영화 사상 첫 여성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패티 젠킨스 감독은 인류를 홀로 구원할 원더우먼의 파워풀한 액션과 더불어 아름답고 절절한 러브 스토리를 동시에 담아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그녀의 전작 <몬스터>(2003)를 통해 여성들의 비참한 삶에 남다른 시각과 관심을 보였기에 원더우먼이란 캐릭터를 기능적으로 소비하지는 않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는 있다. 다만, 감독을 포함한 제작진이 넘어야 할 산은 팬들의 기대치다. 경쟁사 마블이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성공적으로 완성해가면서 우주로 지평을 확장하는 동안, DC의 행보가 주춤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 과연 DC는 <원더우먼>으로 잃었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 남성 중심의 파괴적인 문명에 맞서 새로운 이데아를 건설하려 노력했던 아마존 전사들의 정신을 기리듯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여성 제작진으로 똘똘 뭉친 이 영화의 어깨를 누르는 짐이 무겁다. 그래도 희망과 사랑과 용기를 잃지 말라는 원더우먼의 외침이 짜릿하게 울려 퍼지리라 기대해본다.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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