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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수상한 파트너> 로코의 정석
2017-05-30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는 연애 감정이 성립하고 유지되는 데 필요한 가치 거래의 시장 역할을 한다. 운명론이나 희생, 치유와 회복을 덧입혀 사랑의 효능을 강조하는가 하면, 사랑의 불완전함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연애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성장 이벤트라고 호객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가치를 이해하고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높은 언어능력을 갖춘 상대가 있어야 하고, 관계는 상호적이며, 성을 돈으로 거래하려는 부류는 배제되어야 한다. 일종의 통제된 시장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말이 잘 통하는 남자,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 성 매수자가 동일인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집단으로 공유하고, 그리 크게 놀라지 않게 된 동시대 여성들에게 앞서 말한 전제들은 더이상 설정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차라리 시간여행, 귀신, 도깨비쪽이 더 몰입하기 수월하다. SBS <수상한 파트너>의 흥미로운 점이라면, 주인공인 변호사 은봉희(남지현) 주변에 위의 세 가지 남성이 다 있다는 것이다. 핑퐁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스마트한 남자 노지욱(지창욱)은 법조계 선배이자 연애 상대로. 사랑과 연애의 가치 아래 방조되던 데이트폭력 가해자(지일주)는 의뢰인으로. 그리고 거의 언급조차 없던 성 매수자는 사법연수원 동기(허준석)로 등장한다. 데이트폭력 가해자와 성 매수 남성은 로맨틱 코미디 안으로 좀처럼 들여오지 않던 캐릭터들이다. 그리고 <수상한 파트너>는 이들을 특별히 악한 인간이나 이례적인 사건으로 다루지 않으며, 사랑과 연애에 따르는 충분한 가능성으로 끌어들인다. 로맨틱 코미디의 공회전하는 자기반성도 지겨운 참인데, 아무도 믿지 않게 된 무언가를 권하려면, 솔직한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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