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영화人] 이혁상 디아스포라영화제 프로그래머
2017-06-01
글 : 김수빈 (객원기자)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사흘에서 닷새로, 19편에서 50편으로, 가을에서 봄으로. 올해로 5회를 맞은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여러 면에서 변화의 시간을 거쳤다. <종로의 기적>과 <공동정범>을 연출한 이혁상 감독이 프로그래머로 합류하면서 ‘변화’의 틀은 완성됐다. “여러 영화제에 출품 중인 감독의 입장으로 내가 감히 상영작들을 선정하는 일을 해도 되나 싶었다.” 하지만 다른 작품들로부터 “많이 배우고 영감을 얻을 수 있길 기대”하는 “감독의 욕심”으로 신입 프로그래머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달게 됐다. 사실 그에게 영화제 일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의 홍보팀원, 인터넷프로젝트 코디네이터로 일하며 초기 부산국제영화제의 기틀을 다진 경험이 있다. “그땐 좌충우돌, 오락가락”하며 일했다고 하지만 20여년 만의 영화제 복귀인 셈이다.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프로그램은 이혁상 프로그래머의 ‘존재감’을 실감케 한다. 이 프로그래머가 택한 올해 영화제의 테마는 ‘난민’과 ‘이주여성’이다. ‘난민’이란 주제가 전세계 디아스포라 영화들의 주된 관심사였다면, ‘여성’은 올해 한국영화계의 주요 키워드이자 여성주의 미디어 공동체 ‘연분홍 치마’에서 활동 중인 그가 꼭 다루고 싶었던 이슈다.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이 프로그래머는 3개의 섹션을 신설했다. 먼저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 섹션은 동시대 가장 예민한 이슈를 용기 있게 마주한 영화를 소개한다. “영화제는 시대정신을 영화로 재현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프로그래머의 철학에 가장 부합하는 섹션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눈: 베트남 특별전’은 한국에 있는 이주민들이 자국의 언어로 된 그 나라의 최신 흥행영화를 보는 자리다. “이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 프로그래머가 장기적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싶은 섹션이다. 세 번째로 신설된 ‘디아스포라의 눈’은 “디아스포라적 해석을 곁들여 대중영화를 새롭게 보는”섹션이다. “대중적인 작품과 미학적인 성취,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들 사이에서 조율을 고민했다”는 흔적이 프로그램 곳곳에서 느껴진다.

‘사이를 걷는’이라는 지난 영화제의 슬로건은 올해 ‘환대의 시작’으로 한 발짝 나아갔다. “낯선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키워드가 ‘환대’라고.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는 영화를 많이 틀고 싶었다”는 신입 프로그래머의 말처럼, 도약을 준비하는 디아스포라영화제가 “더불어 사는 법을 일깨워주는 영화제”로 정체성을 확고히 하길 바란다.

시나리오 교본

“감독으로서는 재일 조선인 관련 극영화를 준비중이다. 우연히 일본의 재일 조선인 커뮤니티에 들어간 한국인의 이야기다. 이 책은 윤건차라는 유명한 지식인이 재일 조선인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말하는 책인데, 다음 작품의 중요한 근간이 될 것 같다. 한국인 디아스포라, 조국, 민족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처음 도전하는 극영화다.”

2016 <공동정범> 연출 2013 <노라노> 촬영·각본 2011 <두 개의 문> 촬영·연출부 2010 <종로의 기적> 연출 2008 <3×FTM> 촬영·비주얼 디자인 2008 <소년, 소녀를 만나다> 예고편 2005 <마마상> 촬영 2002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 인터넷프로젝트 코디네이터 2001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 인터넷프로젝트 코디네이터 2000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 홍보팀 1999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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