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살 용순(이수경)은 유난히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용순은 군 대항 육상대회에 참가할 학교 대표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무작정 달리기를 시작한다. 체육 교사(박근록)의 지도로 방과 후면 용순은 고개를 푹 숙이고 운동장을 뛰고 또 뛴다. 알고 보니 용순과 체육 교사는 이미 연인 사이였다. 용순은 그에게 주고 싶은 선물도 준비했다. 반질반질한 조약돌을 모아 그 위에 직접 그렸을 애인을 향한 마음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친구 빡큐(김동영)가 체육 선생이 모텔로 들어가는 현장을 포착한 동영상을 보내오면서부터 용순은 울화가 치밀어 참을 수 없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대명컬처웨이브상을 수상한 <용순>은 신준 감독이 단편 <용순, 열 여덟 번째 여름>(2014)을 발전시켜 완성한 첫 장편이다. 영화의 관심은 체육 선생과 사랑에 빠진 용순의 모습을 그리는 데 있지 않다. 사랑이 위기를 겪게 됐을 때 과연 용순은 어떤 심리 변화를 겪을까에 있다. 영화는 선생과 제자간의 사랑에 부여될 법한 사회적 금기나 윤리적 고민은 제쳐둔다. 그 과감하고 당돌한 의도적 모르쇠가 <용순>의 귀여움 내지 도발로 읽힌다. 용순은 애인 때문에, 가족을 포함한 주변 관계 때문에 시기, 화, 좌절 등의 끈적한 감정들이 여과 없이 느끼고 드러낸다. 그 이후 용순에게 찾아온 어떤 깨달음이 이 영화가 바라보고자 하는 방향이다. ‘뭔가에 끝까지 매달려본 적 있는가’에 대해 주인공들이 영화 내내 되묻는 이유와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 아마도 용순이 다른 여자가 생겼을지도 모른다며 애인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인 것 같다. 영화는 시종 체육 교사와 그가 만나고 있을지도 모르는 여성 사이를 어정쩡하게만 보여준다. 용순 입장에서는 무지 답답해 죽을 노릇일 것이다. 그만큼 용순은 끝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달려든다. 용순을 둘러싼 환경이 의도적으로 용순의 화를 부추기는 방식이다. 애인에게든, 자기 감정에든 용순은 그렇게 매달릴 수밖에 없게 궁지에 몰린 끝에 깨달음을 얻는다. 용순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과연 좋은 선택이었을지는 고민해볼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