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잘나갔던 야쿠자 류조(후지 다쓰야)는 지금은 은퇴한 채 아들 집에 얹혀 살고 있다. 가족들은 류조가 사고 없이 조용히 지내기를 바라지만 마음만은 현역인 류조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결국 류조는 새로운 야쿠자 조직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은퇴한 옛 동료들을 다시 한자리에 모은다. 류조의 조직은 동네 상점에서 보호비를 걷거나 최근 활개치는 사기꾼 조직과 맞서며 세력 확장을 노리지만 이들의 활동은 계속 어그러진다. 그리고 베테랑 형사 무라카미(기타노 다케시)까지 이들을 찾아와 조용히 지내라고 경고한다.
<8인의 수상한 신사들>은 기타노 다케시가 68살에 발표한 17번째 장편영화다. 할아버지 야쿠자들이 대거 출연하는 이번 작품은 소재에서부터 세월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암시한다. 특히 틈만 나면 손가락을 자르려고 하는 야쿠자나 태평양전쟁을 추억하는 인물 등은 노골적으로 시대착오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이들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지금은 잊혀진 과거의 소중한 가치들을 강조한다. 즉, ‘옛날 사람’들이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힘없는 사람들을 돕는 의협심이나 동료간의 끈끈한 정과 의리를 보여주며 무조건 돈만 추구하는 현 세태를 비판하는 것이다. 짧은 에피소드들을 연결하는 방식이 너무 뭉툭해서 좋은 주제가 진부하게 느껴지는 점은 많은 아쉬움을 남기지만 여전히 이 사회에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던지는 감독에게는 계속 기대를 갖게 만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