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살려야 한다! 하루를 바꿔서라도! <하루>
2017-06-14
글 : 김성훈

<사랑의 블랙홀>(감독 해럴드 래미스, 1993), <소스 코드>(감독 덩컨 존스, 2011), <엣지 오브 투모로우>(감독 더그 라이먼, 2014) 같은 영화들은 잘 알려진 타임루프물이다. 주인공 한명이 특정 시간을 반복하는 이 영화들과 달리 <하루>는 주인공 두 남자(혹은 그 이상)가 같은 시간을 반복 경험하는 설정이다.

준영(김명민)은 분쟁 지역에서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다. 귀국하자마자 딸 은정(조은형)의 생일 약속 장소로 향한다. 은정은 남들처럼 자신을 챙겨주지 않는 아빠 준영에게 섭섭하고 불만이 많다. 딸을 만나기로 한 사거리에서 준영은 딸이 교통사고를 당해 죽는 것을 목격한다. 충격은 잠시뿐이다. 눈을 떠보니 그는 딸의 사고 두 시간 전으로 돌아가 있다. 딸의 사고를 막기 위해 애를 써보지만 결과는 똑같고, 사고 두 시간 전으로 다시 돌아간다. 딸의 죽음을 수차례 반복하던 중, 같은 사고 때문에 죽은 아내를 살리기 위해 자신처럼 하루를 반복하는 남자 민철(변요한)을 교통사고 현장에서 만난다. 준영과 민철, 둘은 딸과 아내를 각각 살리기 위해 손잡기로 한다.

영화의 전반부가 관객에게 타임루프 설정을 소개하고, 인물들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린다면 후반부는 일면식도 없는 준영과 민철의 교집합인 정체불명의 한 남자를 통해 타임루프의 비밀을 찾아간다. 준영과 민철, 두 남자가 사건의 비밀을 푸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단서가 적지 않은 만큼 시간이 반복되는 상황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배우들의 역할 또한 효율적으로 분배되어 있다. 김명민이 설정을 안내하고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가이드라면, 변요한은 서사의 엔진에 불을 붙이는 동력이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하게 얘기할 수 없지만,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을 연기한 유재명은 짧은 출연 분량에 비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매력적인 설정임에도 타임루프라는 비현실적인 설정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은 탓에 인물들의 상황이 실감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마치 미션을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게임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다. <하루>는 조선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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