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적이지만 선명한 비트, 그리고 결연한 멜로디. <꿈의 제인>의 메인 테마곡인 <Moving Through Life&>는 불행 속 한줌의 희망을 얘기하는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한다. 가출팸을 전전하며 고통스러운 삶의 터널을 통과하는 중인 소현(이민지)에게, 불현듯 다가온 트랜스젠더 제인(구교환)은 반짝이는 미러볼같은 존재다. 그와 함께했던 순간은 소현의 머릿속에서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그때마다 <Moving Through Life>의 멜로디도 함께 흐른다.
<꿈의 제인>의 영화음악은 일렉트로닉 뮤지션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가 만들었다. 이 1인 밴드의 싱어송라이터는 제이 송이다. 전화 인터뷰에 응한 그는 올해 초 스위스 바젤로 삶의 터전을 옮겨 음악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와 조현훈 감독의 인연은 지지난해 여름에 시작됐다. “<꿈의 제인>의 음악은 기존의 영화음악보다 더 특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영화음악감독을 물색하던 조현훈 감독이 우연히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의 음악을 들었고, 제이 송에게 영화음악을 의뢰한다. “그동안 어떤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곡 작업을 해왔고, 영화음악 역시 매 장면의 감정과 정서를 표현하는 작업이기에” 기꺼이 <꿈의 제인> 사운드트랙 작업을 맡았다고 제이 송은 말했다. 그가 촬영에 들어가기 전 작곡한 음악들은 현장에서 배우들이 감정을 잡아가는 데, 조현훈 감독이 영화의 톤 앤드 매너를 설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꿈의 제인>의 시나리오를 읽으며 제이 송이 떠올린 악기는 피아노였다. “평소 리얼 악기를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피아노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제 들어도 친근하고, 따뜻하고, 동화적인 느낌을 피아노 선율 안에 담고 싶었다.” 절망에 빠진 소현의 모텔방에 제인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장면에 흐르는 곡은 피아노와 신시사이저를 함께 사용한 것으로, 특히 심혈을 기울여 작업했다. 반면 소현이 제인과 헤어진 뒤에는 거의 음악이 흐르지 않거나 멜랑콜리한 선율이 흐르는데, 이는 제인의 부재로 인한 상실의 정서를 표현하기 위한 의도적인 선택이었다고 제이 송은 말했다.
뉴질랜드에서 10대 시절을 보낸 제이 송은 지난 2014년 싱글 앨범 <Saturday Night Road Trip>을 발표하며 한국 뮤직신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Flash Flood Darlings, 빛나는 홍수 그대)라는 활동명은 홍수가 난 타이에서 물에 빠진 남자친구를 보며 그가 건넸던 농담에서 비롯했다고. <도니 다코>(2001)와 <팔로우>(2014)의 영화음악을 즐겨 듣고 영국 밴드 디페시 모드를 사랑한다는 제이 송은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한국영화의 음악 작업을 꾸준히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홋카이도 아칸 호수
“아마 영화를 만드는 분들도 그럴 테지만, 나는 음악을 만들 때 장소로부터 영감을 많이 받는다. 지난해 1월 <꿈의 제인> 음악 작업을 하다가 지쳐 일본 홋카이도로 향했다. 아칸 호수의 풍경을 보며 영감을 받고 쉬기도 하며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났던 기억이 있다.”
영화 2016 <꿈의 제인> 음반 2017 《Moving Through Life》(<꿈의 제인> O.S.T) 2017 《End of Time》 2015 《Vorab and Tesoro》 2014 <Saturday Night Road Tr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