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소중한 반려동물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한 모험 <옥자>
2017-06-28
글 : 장영엽 (편집장)

한국에서 극장 개봉하는 첫 번째 넷플릭스 영화. 혹은 멀티플렉스에서 관람할 수 없는 봉준호 감독의 첫 번째 상업영화. 어떤 측면으로 접근하든 <옥자>는 올해 여름 국내 극장가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과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는 작품이다. 강원도 산골 마을에 사는 소녀 미자(안서현)가 반려동물 옥자를 찾으러 떠나면서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옥자는 10년 전 글로벌 기업 미란도가 전세계 26개 농가에 보내 키우게 한 슈퍼돼지. 어느덧 회사는 각국의 슈퍼돼지를 다시 거두어들이려 하고, 옥자를 그대로 보낼 수 없는 미자는 산 넘고 물 건너 뉴욕으로 가 자신의 소중한 반려동물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가 자신의 “첫 번째 사랑영화”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영화의 초점은 옥자와 미자가 나누는 교감보다 이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이 다시 만나기 위해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의 씁쓸한 대가를 보여주는 데 맞춰져 있는 듯하다. 미란도 가문의 쌍둥이 자매(틸다 스윈튼이 1인2역을 맡았다)와 탐욕스러운 동물학자 조니(제이크 질렌홀) 등 미자가 강원도에서 뉴욕에 이르는 여정을 거치며 만나는 인물들은 다소 과장되고 만화적인 필치로 묘사되는데, 공동 각본을 맡은 영국 시나리오작가 존 론슨(<프랭크> <초(민망한) 능력자들> 각본)의 영향을 감지할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풍의 자연과 할리우드 어드벤처영화의 속도감을 이식한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인 필치로 완성되었지만, 그 끝엔 사랑만으로 원하는 것을 구원할 수는 없다는 냉혹한 진실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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