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재꽃> 장해금 - 꿈과 용기를 찾아서
2017-07-07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오계옥

박석영 감독의 ‘꽃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재꽃>에는 전작들과 달리 외롭지만은 않은 소녀들이 있다. 영화에 밝은 기운을 번지게 한 데에는 11살 해별이 있다. 해별은 한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를 찾아 홀로 캐리어를 끌고 시골 마을로 들어선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자신에게 생채기를 안겨준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해별은 의지할 사람인 하담(정하담)을 만나 새로운 여정에 오른다. 해별을 연기한 배우는 초등학교 5학년인 장해금. 박석영 감독은 “자유로우면서도 제 갈 길을 잃지 않는, 튼튼하고 주눅 들지 않는 해금을 보면서 자신 앞의 것과 용감하게 대면하고 생기를 잃지 않는 해별을 그려갈 수 있었다”고 했다. 스튜디오에 들어선 장해금은 꾸벅 인사를 하고는 어깨에 멘 작은 가방에서 초콜릿과 아카시아 향이 나는 껌을 꺼내 선물이라며 수줍게 내민다. 촬영이 시작되자 이 모든 게 영 어색한지 아니면 다 즐거운지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가며 흥겨운 춤을 춰본다. 영락없는 12살 소녀다.

-촬영 중간중간 춤을 열심히 추던데.

=학교 방송댄스부에 들었는데 요즘 트와이스의 <SIGNAL>을 배우고 있다. 하하. 내가 흥이 되게 많다. 근데 사실 몸치다.

-오늘도 학교에 잠깐 갔다가 촬영 때문에 빨리 나왔다고.

=담임 선생님께 영화 리플릿을 드리고 왔다. 장난기 많은 친구는 가끔씩 나보고 ‘땡땡이 친다’고 놀린다. 그럴 때마다 ‘나 땡땡이 치는 거 아니다. 얼마나 열심히, 힘들게 촬영하는데!’라고 말한다. (웃음)

-박석영 감독은 <재꽃> 오디션 때 길에서 캐리어를 끌고 아빠를 찾아가는 연기를 하다 말고 길가의 꽃을 한참 보던 해금을 인상 깊게 보았다고 했다.

=그냥 꽃이 참 예뻐서. 진달래인 줄 알고 한참 봤는데 나중에 집에 가서 검색해보니 철쭉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연기를 했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나.

=리듬체조를 하는 친한 친구를 보면서, ‘아, 저 친구는 저런 꿈이 있네! 나도 뭔가를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동물을 무척 좋아해서 처음엔 수의사가 되고 싶었고 다음엔 요리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TV를 보는데 ‘저런 사람들은 어떻게 연기하는 걸까?’ 궁금했다. TV 속에만 갇혀 사는 게 아닐까 무섭기도 했지만 그런 건 아니었다.

-연기하는 게 재밌었나.

=처음에는 수학보다 쉬웠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수학보다 쉬운 게 아니라 연기가 그냥 재미있는 거였다. 어렵지만. 이젠 배우가 내 꿈이다.

-현장엔 엄마와 동행하지만 엄마가 옆에 있는 게 영 부담스러운가 보다. 엄마한테 멀리 가 계시라고 했다.

=엄마를 많이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촬영 때 엄마가 옆에 있으면 부끄럽다. 근데 오디션장에 온 다른 친구들은 다들 엄마랑 같이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감독님께서 “해금이는 되게 용감하구나”라고 하셨다.

-극중에서 하담과 해별은 둘도 없는 친구다.

=하담 언니와 처음 만난 날 피자랑 파스타를 먹고 식당 근처에 있는 놀이터에 가서 요리사 놀이도 했다. 실제로는 내가 외동딸이라 나이 터울이 많은 친척 언니, 오빠만 있다. 하담 언니랑 많이 친해졌다.

-촬영하면서 제일 좋았던 때는 언제였나.

=하담 언니와 호숫가로 소풍 간 장면. 초록색 병에 공기를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장면인데 영화에서처럼 처음에는 내가 소리를 못 냈다. 입에 쥐가 날 정도로 많이 연습해서 이젠 진짜 잘한다. “언니가 초록색으로 보여”라는 대사는 내가 현장에서 그냥 한 말이었다. 병을 통해 언니를 보니 언니의 보라색 옷 색깔이랑 병 색깔이 더해져 이상하게 보였다. 언니, 미안해. 언니한테 그런 게 아니라 색이 그렇다는 거야. 헤헤.

-해금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바다 해, 이제 금. 아빠가 꿈에서 바닷가를 걷는데 바닥에서 빛이 나서 캐봤더니 금이 나왔다고 한다. 영화 속 해별이라는 이름은 실제 내 태명이었다. 엄마가 꿈에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데 파도가 쳤고 손에 다이아몬드가 쥐어져 있었다고 한다. 감독님께 그 얘기를 했고 얼마 뒤 영화 속 내 이름이 해별이라고 하셨다. 놀라고 좋아서 내가 막 호들갑을 떨었다.

-영화를 찍고 나서 용감해진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영화에 버스정류장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하던 해별이 처음 본 하담 언니에게 “언니!”라고 부르는 장면이 있다. 그렇게 말을 걸어서 하담 언니와 함께 아빠를 찾아갈 수 있게 된 거 아닌가. 해별이 참 용기 있는 아이 같았다. 촬영 끝내고 친구들과 놀이동산에 갔는데 그전에는 무서워 한번도 못 타본 365도 회전하는 놀이기구를 탈 수 있었다. 해별이 “언니!”라고 부르던 것과 같은 용기일까?

-하고 싶은 일이 많을 것 같다.

=백호를 꼭 키워보고 싶다. 그동안 토끼, 사슴벌레, 강아지, 고양이를 키워봤는데. 아, 화장에도 관심이 많다. 키라키라 메이크업도 직접 해봤다.

영화 2017 <열두 살> 2017 단편 <바다 저편에> 2017 단편 <화초> 2016 <재꽃> 드라마 2017 <싱글와이프> 2015 <팟타이1, 2, 3>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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