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레이디 맥베스>, 열일곱 소녀, 늙은 지주에게 팔려가다
2017-08-02
글 : 김보연 (객원기자)

19세기 중반의 영국, 어린 소녀 캐서린(플로렌스 퓨)이 어느 부유한 가문의 저택에 도착한다.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알렉산더(폴 힐튼)라는 남자와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캐서린은 이 현실을 받아들이려 노력하지만 자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남편과 상류사회의 엄격한 규율에 곧 지쳐버린다. 그리고 남편과 시아버지가 사업차 집을 비운 틈을 타서 하인인 세바스찬(코스모 자비스)과 격렬한 사랑을 나누기 시작한다. 이 위험한 관계는 캐서린과 세바스찬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끔찍한 비극적 결과를 안겨준다.

영국 출신의 윌리엄 올드로이드 감독의 장편 데뷔작 <레이디 맥베스>는 소설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1865)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맥베스’란 이름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따왔지만 두 작품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그러나 자신의 욕망을 위해 주위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맥베스의 아내와 <레이디 맥베스>의 캐서린 사이에는 분명 공통점이 있다. 특히 캐서린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어떤 사회적, 도덕적 금기도 거침없이 어기는 인물이다. 여기엔 분명 통쾌한 카타르시스도 존재하지만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 파국으로 끌어들이는 비극적인 면 역시 존재한다. 그리고 영화는 절제된 카메라 움직임으로 캐서린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냉정하게 포착한다. 그 과정에서 충돌하는 여러 욕망들은 강렬한 정서적 효과를 만들며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주인공뿐 아니라 각 인물이 가진 다양한 입장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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