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여자들>, 일상의 서정적 풍경, 내밀한 공기, 평범한 언어
2017-08-02
글 : 이주현

<여자들>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총 6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글을 쓰며 생활하고 있지만 작가로서 정체성에 고민이 많은 남자 시형(최시형)이 그 모든 챕터를 관통하며, 그가 글을 쓰는 과정에서 만나는 여자들과의 이야기가 챕터별로 소개된다. 시형이 만나는 첫 번째 여자는 집 나간 고양이를 찾아 시형이 사는 옥탑방에 이른 여빈(전여빈)이다(프롤로그 ‘낮은 여름이고 밤은 가을이다’). 여빈과의 묘한 만남은 시형에게 영감을 주고, 이후 시형은 영감의 원천과 글을 쓰는 이유를 찾는 데 골몰한다. 시형은 소도시 축제에서 대학 후배 서진(채서진)을 만나 자연스러움의 가치를 깨닫고(‘풀코스와 디저트’),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수진(요조)을 만나 ‘자기가 왜 글을 쓰는지도 모르는 것 같은데 왜 글을 쓰냐’는 핀잔을 듣는다(‘물고기를 잡는 분위기’). 출판사 대표인 친한 형(이종필)과 시형의 팬인 출판사 대리 이든(유이든)과의 술자리에서도 시형의 고민은 계속되며 (‘아름다움의 취향’), 오키나와에서 마음 잡고 글을 쓰려 할 때 소니(전소니)를 만난다(‘이게 다예요’).

<여자들>은 제목과 설정과 분위기에서 홍상수와 김종관 같은 이름들을 떠올리게 한다. 일상의 서정적 풍경, 내밀한 공기, 평범한 언어를 담아내는 것도 그렇고, 걷고 대화하고 깨닫고 실수하는 과정들이 반복되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여자들>은 기존 작품들의 분위기를 모방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더불어 ‘여자들’하고만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고 ‘여자들’에게서만 영감을 받는 시형은 어딘지 아슬아슬해 보인다. 미성숙한 이 남자가 귀여워 보이거나 안쓰러워 보이는 건 취향의 문제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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