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디자인 스튜디오 콩트라플로우 황신화 대표 겸 아트디렉터, 백진우 디자이너 - 역방향의 디자인
2017-08-03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백진우 디자이너, 황신화 대표(왼쪽부터).

서울아트시네마의 영화제 포스터가 공개될 때면 눈과 마음이 호강한다. 2017 시네바캉스 서울 포스터만 해도 에릭 로메르의 <수집가>(1967)를 다시 보게 한다. 주황, 파랑, 보라, 은색을 입고 재탄생한 하이데 폴리토프의 얼굴과 분위기가 묘하다. 2016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땐 독특한 일러스트 그림체도 등장했다. 디자인 스튜디오 콩트라플로우의 작품이다. 황신화 대표 겸 아트디렉터는 콩트라플로우라는 사명에 대해 “사고가 나 꽉 막힌 도로에 흐름을 터주는 ‘역방향 통행’을 뜻하는 영어 단어 ‘contraflow’를 생각했다”라고 말한다. 클리셰를 거부하고 사고의 전환을 시도하는, 가장 어려운 그 기본에 충실하자는 의미일 터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이랜드에서 광고 아트디렉터로 일하던 황 대표는 자신의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2008년 독립해 콩트라플로우를 차렸다. 2013년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편집 디자인의 매력에 빠진 백진우 디자이너가 합류했다. “그래픽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출발점 삼아 영화 작업에 접근한 때문일까. 우리 작업이 너무 영화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좋다는 평을 들었다.”(백진우) 황 대표가 “기타노 다케시나 짐 자무시의 영화처럼 강렬한 색에 끌리는 편”이라면 백 디자이너는 “영화의 스토리와 앵글을 보며 자극을 받아” 작업으로 옮겨간다. 두 사람은 “강렬한 이미지의 스틸과 강력한 스토리의 영화라는 원 소스를 크롬과 타이포그래피로 재창조하는 과정”이 영화 포스터 작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한다.

디자인에서 종이를 어떻게 쓸지에 특히 관심이 많은 두 사람은 수집병도 마다 하지 않는다. 황 대표는 “프랑스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싼 종이가 뭔지 궁금해 소스를 닦아서 가져왔다”고 고백하고, 백 디자이너는 “러시아를 여행하다 들른 서점에서 우산 넣는 종이가 예뻐 고이 말려 지금껏 간직한다”고 털어놓는다. 이들은 키치하고 팝한 디자인을 해보자는 전제하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해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프로그램북의 내지도 흰색이나 먹색이 아닌 노란색을 선택하기도 했다.

콩트라플로우는 브랜드를 만드는 데도 관심이 많다. “서울시가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건립하면 서울의 헤리티지(heritage)로서 극장을 디자인으로 풀어보고 싶다.” (황신화) 이미 맥주 기업인 더부스(The Booth)의 브랜딩을 맡아 로고, 맥주잔, 캔, 병 디자인까지 완성했다. “상업성 짙은 작품이나 제품이 아니더라도 하나의 작업물을 전방위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콩트라플로우의 작업에 만족도가 높은 이유다.”(백진우) 당분간은 정직원 3명의 규모를 유지할 생각이다. “맛집도 확장하면 맛이 없어지지 않나. 우리는 장인정신을 지향한다. 감성을 건드리면서 기술적 측면도 놓치지 않도록 집중하겠다.”(황신화)

암스테르담행 비행기표와 팬톤 컬러칩

색이 바랜 암스테르담행 비행기표가 ‘역방향 통행’의 시작이었다. 황신화 대표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패션을 더 공부해볼 생각으로 암스테르담으로 날아갔다가 아예 방향을 틀어 콩트라플로우를 차렸다. 창업 후 바로 구입한 게 팬톤 컬러칩이다. 황 대표와 백 디자이너는 “강렬한 색과 보색대비를 즐기기에 색의 조합을 시도하려고” 닳도록 보고 또 본다고 한다.

포스터 서울아트시네마 ‘연애의 모럴-에릭 로메르 회고전’ 서울아트시네마 2017 시네바캉스 서울 서울독립영화제 2014 서울독립영화제 2013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 로베르 두아노>(2016) <블랙딜>(2014) <경계도시2>(2009) 단행본 <독립영화 나의 스타>(2016) <21세기의 독립영화>(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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