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장산범> ‘사운드’가 주는 공포
2017-08-16
글 : 이화정

장산범은 남의 소리를 모사해 해를 끼치는 괴담 속 괴물이다. 도시괴담을 모티브로 <숨바꼭질>(2013)을 만든 허정 감독은 장산범의 ‘사운드’가 주는 공포에 주목해 이야기를 발전시켰다. 영화에도 언급되는 전래동화 <해님 달님>의 호랑이가 엄마의 목소리로 오누이를 유인하는 것처럼, 공포를 침입하게 만드는 건 가장 친근한 소리다. 장산범의 공포는 그래서 ‘쫓아낸다’기보다 ‘홀리는’ 쪽에 가깝다.

시어머니(허진)의 치매 증상이 심해지자, 희연(염정아) 가족은 시골 장산으로 이사 온다. 희연 가족이 이사하자마자 마을 인근에서 사체가 발견되는 등 음산한 기운이 전해진다. 희연이 숲속에서 길을 잃은 소녀(신린아)를 보호하면서부터 사건은 실체를 드러낸다. 남편 민호(박혁권)는 목소리를 똑같이 모사하는 소녀를 탐탁지 않아 하지만, 희연은 실종된 아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녀에게서 친근함을 느낀다. 마을의 이상한 기운과 소녀의 등장은 무관하지 않았고 결국 시어머니와 남편이 사라진다.

장산범의 실체가 드러나기까지, 장산범이 모사하는 소리가 먼저 관객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숨바꼭질>에서 낯선 자의 침입이라는 공포를 오래된 서민형 아파트라는 공간을 통해 설계한 허정 감독은 <장산범>의 소리가 주는 공포 역시 공간의 구성을 통해 전달한다. 펜션의 목적으로 설계된 2층의 전원주택은 한국형 구조와 달리 (<컨저링> <애나벨> 등의 공포영화에서 많이 활용되는) 미국 근교의 중산층 저택과 닮아 있다. 개수가 많은 방과 문을 여닫으며 공포가 전달될 수 있는 구조다. 설정과 스토리가 한국적인 것에 비해 영화가 주는 공포가 할리우드 장르물과 비슷해 보이는데 이 공간의 설계가 일조한다.

가족을 찾아 희연이 도착한 곳은 장산범의 ‘동굴’이다. 본격적인 영화의 액션이 시작되는 곳인데 여기서 희연은 가족간에 벌어진 틈이자 자신의 내면을 마주한다. 결국 그것은 아들의 실종으로 불거진 가족 구성원에 대한 원망과 자책과 같은 내면의 상처들로 연결된다. 전반부의 복선에서 연결될 장르물의 후반 쾌감을 앞두고, 영화의 결이 달라지는 지점이다. 염정아의 안정된 연기에 더해, 아역 신린아의 인상적인 연기가 영화의 톤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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