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박스오피스의 여름 성적표가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성적은 형편없고, 평점은 가혹하다. <가디언>에 따르면 올여름 북미 티켓 판매수입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15% 하락한 22억달러인데, 통상 여름 시즌의 문을 닫는 9월 첫주 노동절 연휴로 개봉을 정한 영화 중에는 기대작이 없어 이변 없이 저조한 성적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올여름 흥행 기상도를 표현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예측 불가능”이다. 초대형 블록버스터들이 어느 정도는 흥행하리라는 스튜디오의 예측이 크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이 기대는 북미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빗나갔다.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의 흥행 수입은 같은 시리즈들이 거둔 수입의 절반에 그쳤고, <스파이더맨: 홈커밍> <원더우먼> 등은 예외로 두더라도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미이라> <베이워치> <킹 아서: 제왕의 검> <발레리안: 천개 행성의 도시> 등 전형적인 여름 블록버스터들도 관객으로부터 외면당했다. 오히려 비전형적인 여름 개봉작들, 이를테면 <덩케르크> <베이비 드라이버> <겟 아웃> 등 저예산으로 독창성을 담아낸 신선한 영화들이 주목받았다.
참담한 여름 성적표를 두고 분석도 다양하다. “속편과 프랜차이즈에 과도하게 의지한 할리우드가 받는 벌”(<버라이어티>)이라는 통렬한 비판에다 할리우드가 과잉의지하는 중국 시장의 성장세가 기대만큼 빠르지도 크지도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또 <가디언>과 <블룸버그>는 영화에 대한 호평이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로튼토마토 효과”라는 용어를 들어 관객이 영화표를 구매하는 데 평론가들의 평가보다는 로튼토마토닷컴, 메타크리틱, IMDb(인터넷무비데이터베이스) 등의 평점 애그리게이터 사이트의 영향을 더 받는다고 덧붙였다. 세 매체가 공통적으로 꼽은 패인은 영리해진 관객의 성향을 파악하지 못한 스튜디오들의 안일함이다. 각 스튜디오들의 제작 및 개봉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