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박열> 이혜민 DI 컬러리스트 - 색보정이라는 마법
2017-08-31
글 : 임수연
사진 : 손홍주 (사진부장)

<박열>은 일제강점기 민중의 투쟁을 다룬 시대극이지만 경쾌함을 잃지 않는다. 옐로, 레드 계열의 색감이 아나키스트들의 열정적인 분위기를 전달한다. CJ 파워캐스트 이혜민 DI 컬러리스트는 <박열>의 따뜻한 색을 만든 장본인이다. “과거라는 이유로 채도를 빼는 것은 너무 진부했다. 불령사가 함께하는 초반에는 박열(이제훈)과 후미코(최희서)의 표정이 잘 드러나게 밝기를 키우고, 눈빛이 좀더 강조될 수 있게 눈쪽에 콘트라스트를 더 줬다. 반면 법원 장면 등이 등장하는 후반부에는 약간 채도를 낮추고 따뜻한 색을 많이 뺐다. 얼굴에 그림자가 지게 하는 등 묵직한 느낌도 함께 줬다.” 많은 공간이 등장하지 않는 만큼 <박열>이 장소에 따른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전에 작업했던 <여교사>는 캐릭터의 특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했다. 여성들의 미묘한 심리를 보여주는 만큼 섬세하고 두껍지 않게 색을 썼고, 콘트라스트도 진하게 주지 않는 등 필름 느낌을 살렸다.

<박열> <여교사>는 대작 상업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이 투입된 작품이다. 예산에 따른 작업 스타일의 차이를 묻자, “딱 구분지어 일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표현이 자유롭다 보니 다양한 것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가령 얼굴이 좀 덜 보일 정도로 화면을 어둡게 하는 시도도 가능하다고. “관객이 작품의 영상미를 느낀다면 예산에 관계없이 고급스러운 웰메이드 영화라고 인지할 수 있지 않을까.” 반면 100억원대 제작비가 투입된 <공조>는 설 연휴 개봉작이었다. 북한에서 온 림철령(현빈)이 등장하는 액션 장면은 블랙에 블루, 그린색을 섞어 스타일리시한 느낌을 살렸지만,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가 등장하는 유머러스한 부분은 “온 가족이 볼 수 있게끔 밝고 답답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동양화, 인테리어, 프로덕션 디자인 등을 차례로 전공했던 그가 색보정의 세계에 관심을 가진 건 할리우드 탐방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스토리가 있는 미술을 하고 싶어서” 영화미술에 흥미가 생겼고, “팔레트 같은 블랙보드로 여러 색을 섞고 그림을 그리는” 색보정이 자신이 하고 싶은 미술에 가깝다고 생각한 그에게 DI 컬러리스트는 일종의 교차점에 있는 직업이었다고. 6년간 중국에서 색보정 기사로 일하며 중국, 홍콩, 대만, 미국의 여러 영화인들을 만나 다양한 결과물을 만져보고 관찰할 기회를 얻은 것이 중요한 자산이 됐다. 차기작은 이솜, 안재홍 주연의 <소공녀>(감독 전고운)다. “배고픈 여성이 주인공이지만 통통 튀는 분위기를 함께 녹여내려고 신경 쓰고 있다.” 결국 요즘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는 그의 생각이 어떤 색깔로 구현됐는지 살피는 것 또한 <소공녀>를 흥미롭게 감상하는 한 방법일 듯하다.

베이스라이트

“색을 섞고 빛을 넣었다 빼기도 하는, 일종의 팔레트다. 미술을 전공한 나에게는 미술 도구 같은 존재다. 10년간 함께하며 가장 익숙한 물건이다 보니 만지기만 해도 마음이 놓인다. 가끔 ‘작업 끊기게 하지 마’라고 말을 걸기도 한다. (웃음)”

영화 2017 <박열> 2016 <공조> 2015 <여교사> 2015 <실고> 2015 <노포아> 2015 <꺼져버려 종양군> 2014 <20세여, 다시 한 번> 2014 <대최면술사> 2013 <101번째 프로포즈> 2012 <필부> 2010 <부당거래> 2010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2009 <토끼와 리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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