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탐방]
[숭실대학교 예술창작학부 영화예술전공] 맹렬한 성장에는 이유가 있다
2017-09-04
글 : 곽민해 (객원기자)
사진 : 백종헌

“성장세가 기대했던 것보다 빠르다. 학생들 작품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어떻게 이렇게 만드나 하고. (웃음)” 최익환 교수는 2학년 학생들이 처음 만든 영화가 영화제에 진출했다며 기뻐했다. 2015년 신설돼 올해까지 3기를 선발하고, 아직 첫 졸업생도 나오지 않은 신생 학과라는 사실에 비춰보면 분명 눈에 띄는 성과다. 이처럼 맹렬한 성장의 기세 뒤에는 ‘젊은 피’라 불리는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유연하고 개방적인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이론 교과를 없앤 실기 위주의 커리큘럼, 연기와 연출을 구분하지 않는 교육 방침, 교수와 학생 사이의 수평적인 분위기가 숭실대학교 영화예술전공의 현재를 대변하는 수식어다.

커리큘럼의 핵심은 2학년 때부터 시작되는 크리틱(Critique) 수업이다. 2, 3학년 학생들이 영화를 만들어보는 실습 과목으로 시나리오, 콘티 및 예산, 편집 등 영화 제작 전반을 경험한다. 해당 학기의 다른 과목들이 크리틱 작품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영화를 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무조건 들어야 할” 정도로 그 비중이 상당하다. 이 과정을 거쳐 2, 3학년에 각각 5편이 완성되며, 작품 완성 후에는 학생들과 교수진이 합평하는 시간을 갖는다. 정지우 교수는 “작품에 대해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연출이 그 의견을 듣고 문제를 해결하게 두는” 토론 방식이 크리틱 수업의 특징이라며 “그 해결 과정이 곧 연출”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교수와 학생이 동등한 위치에서 토론할 수 있는 문화다. 지난해 2기로 전과한 전현석 학생은 “‘교수님’ 대신 ‘선생님’이란 호칭을 쓴다. 여기서부터 조금 더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토론은 감각을 더 영민하게 깨우는 과정이다. 영화분석 수업에는 모든 사람이 의견을 밝혀야 하되 앞사람이 했던 평가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규칙이 있다. 최익환 교수는 “작품을 계속 다른 각도에서 보면서, 감각이 얼마나 민감해질 수 있는지 느끼게 한다”라며 “모든 교과가 감각과 감정을 민감하게 세공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준비된 사람보다 같이 하고 싶은 사람, 당장의 실력보다 진짜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좋았다”는 정효림 학생은 영화의 여러 분야를 경험할 수 있는 교육 방식을 장점으로 꼽았다. 연출로 입학한 학생도 연기를 하고, 연기로 들어온 학생도 영화 대본을 쓴다. 이 과정에서 자신도 몰랐던 잠재력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크리틱에서 완성된 5편의 영화 중 3편이 연기전공자가 쓴 작품인 경우도 있었다. 학생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충분이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싶다는 것이 교수진의 바람이다. 정효림 학생은 연기전공으로 입학했지만, 지금은 워크숍에서 연출을 맡고 있다. “연기자가 연출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도전만 한다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학과의 주인을 학생으로 꼽는 영화예술전공은 장비와 시설도 아낌없이 지원한다. 알렉사 미니, 캐논의 시네마 렌즈 세트 등 장비와 렌즈군을 업계 수준으로 유지하고자 한다. 앞으로는 협동조합 등을 통해 졸업생이 학교의 인프라를 이용하고, 그 대가를 재학생 교육이나 제작비 지원 등 후학 양성에 투자하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벌써 올해 초부터 학생들로 구성된 배급팀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만든 작품 중에서 영화제 성격에 맞는 것들을 골라 지원하게 하고, 필요한 비용은 학과 예산으로 지원한다. 최익환 교수는 “장기적으로 이 학생들이 배급사를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 안정적으로 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이들에게 학교 작품의 배급을 맡길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바람을 밝혔다. “선생님께서 입학 후에 말씀하시더라. ‘너네가 왜 뽑혔는지 모르겠지? 한순간이라도 빛났던 사람을 뽑았어’라고.” 그 이야기가 1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다고 김지명 학생은 말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학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통화를 한다는 두 교수의 머릿속에는 이미 학과의 청사진이 들어 있는 듯했다. 오로지 필요한 것은 학과의 비전을 함께 만들 인재들이다.

정지우, 최익환 교수(왼쪽부터).

최익환, 정지우 숭실대학교 예술창작학부 영화예술전공 교수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2단계 실기평가 방식에 변화가 생긴다.

=정지우_ 평가하는 입장에선 학생들의 진짜 생각이 궁금하다. 하지만 입시를 겪어보니 단순히 외워서 하는 연기도 많더라. 진심을 담은 연기와 기교에 충실한 연기를 구분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학생의 잠재력을 최대한 확인할 수 있는 시험 방식을 찾으려고 했다.

=최익환_ 진솔한 열정이 보이는 학생을 만나고 싶다. 지난 시험을 통과한 학생중에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을 보고 선발한 경우도 있다. 어떤 대상을 사랑하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한데, 한번 이런 경험을 했던 사람은 어떤 분야에서도 그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입시 준비를 하는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정지우_ 학원을 다녀야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꼭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은 시험 과정에서 충분히 알아볼 수 있다. 잠재력을 발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테니 믿어달라.

-내년이면 4기를 뽑는다. 학과 규모가 커지며 어려운 점은 없나.

최익환_ 운영을 위해서 학과 규칙을 다듬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사실 규칙이 느는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니다. 분위기가 경직되면 신뢰가 무너진다. 체계를 만드는 것과 동시에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정지우_ 성장세가 빠르다. 아찔하달까. 운전을 잘해야 할 텐데 조금만 실수를 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최익환_ ‘자, 여기부터야’라고 했을 때 학생들의 표정에 어리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재미있다. 그 선을 넘어갈지 말지는 학생들이 결정할 부분이지만, 그들이 자세를 잘 잡고 뛰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 즐겁다.

정지우_ 때묻지 않은 맹렬한 기운을 함께 느낄 때다. 덕분에 나도 온 힘을 다해 집중한다.

숭실대학교 학과 및 전형 소개

숭실대학교 영화예술전공은 2015년 설립됐다. 2017년까지 3기를 선발한 상태로, 아직 첫 졸업생도 배출하지 않은 영화 교육의 새 터전이다. 학과의 가장 큰 장점은 신생 학과만이 가질 수 있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동력이다. 학과의 대소사는 매주 한번 열리는 운영회의에서 결정된다. 이 자리에는 학생 15명과 교수 2명, 조교 2명이 참석한다. 학생들은 현재 학과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먼저 건의할 수 있다.

이론 수업이 없는 대신 재학생들의 시간표는 다채로운 실습으로 채워진다. 학기 중에는 영화에, 방학 동안은 연극에 참여하느라 1년 내내 작품 준비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리틱 수업에서 학년별로 5개 작품이 만들어지며, 방학 동안에는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지는 방학 중 작품과 연극 워크숍이 운영된다. 세부 전공을 구분하지 않는 커리큘럼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연기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메가폰을 잡기도 하고, 연출전공으로 입학한 학생이 제작에 두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비주얼 스토리텔러’라는 교육 목표에 맞춰 강사진은 현역에서 활동하는 영화인들로 초빙한다. 지난 학기만 해도 <장산범>(2017)의 허정 감독, <꿈의 제인>(2016)의 배우 구교환, <수상한 그녀>(2014)의 임지영 PD 등 한국영화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이 학교를 찾았다.

2018학년도 수시모집에서는 예체능우수인재(연기) 전형으로 16명을 뽑는다. 1단계는 자유연기, 2단계는 지정(즉흥)연기를 선보여야 한다. 1단계에서는 실기성적과 학생부 교과를 6 대 4 비율로 반영해 3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는 실기점수와 교과 성적을 8 대 2 비율로 합산해 최종합격 여부를 가려낸다. 지정연기는 지난해와 다른 방식이 될 것이다. 원서접수는 9월 11일부터 15일까지다. 1단계 면접은 10월 17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되며, 1단계 합격자에 한해 10월 28일 2단계 면접을 실시한다. 최종합격 발표는 11월 1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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