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의 최근작 <덩케르크>는 2차대전 초반, 독일군과 벌인 전투에서 참패하면서 덩케르크에 포위되었던 40만명의 연합군 중 30만명을 구해내 영국으로 데려온 ‘디나모’ 작전이 한창인 현장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이 작품의 형식, 미학, 대사의 사용, 구조, 내러티브 등의 독창성에 대한 찬사는 본지에서도 여러번 다룬 바 있고, 놀란이 매번 세계적으로 호평받는 양질의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내는 감독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놀란의 이번 작품은 프랑스언론에 제대로 미운털이 박혔다. ‘영국인이 최고라는 잘못된 생각을 심어주는 영화’(<르 몽드>), ‘왜 놀란의 <덩케르크>가 역사의 왜곡인가’(<레 제코>), ‘역사는 어디로 갔나’(<피가로>), ‘리얼리즘 영화가 되기엔 너무 하얀 영화’(<텔레라마>), ‘영국의 관점, 프랑스를 화나게 하는 <덩케르크>’(<쿠리에 인터내셔널>)…. 이 영화에는 연합군으로 함께 참전한 프랑스군의 시선이 배제되었다는 점에 프랑스 언론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이들의 반응은 <르 몽드>에 실린 프랑스 육군 중령이자 전쟁역사학자인 제롬 드 레피노아의 글을 읽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레피노아는 ‘디나모’ 작전이 가능했던 건 4만여명의 프랑스 군인이 덩케르크 그 주변 도시에서 독일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희생했기 때문이고, 영국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 군인 중에는 프랑스 군인도 1만2천명이나 속해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게다가 당시 프랑스군은 영국이 ‘디나모’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전해들어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놀란의 영화에는 프랑스 군인들은 초반 10여초 동안 등장해 주인공에게 “영국인? 잘가’라며 비꼬는 모습이나, 목숨을 부지하고자 영국군의 옷을 입고 숨어든 겁쟁이 ‘개구리’로 그려지고 있으니(그것도 모자라 그는 마치 벌을 받는 듯 결국 물살에 휩쓸려 사라진다) 프랑스인으로선 불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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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가 프랑스를 화나게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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