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매혹당한 사람들> 그가 오고 모두가 달라졌다
2017-09-06
글 : 홍은애 (영화평론가)

한적한 숲속에서 소녀가 버섯을 따고 있다. 남북전쟁 중 부상당한 북부군 존 맥버니 상병(콜린 파렐)은 그녀에게 발견되어 여자 기숙학교로 쓰이는 대저택에 오게 된다. 이 저택에는 7명의 여자들이 살고 있다. 원장 마사(니콜 키드먼)는 다리 부상이 심한 그를 일단 치료해주기로 한다. 여자들만의 세계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남자의 존재에 그녀들은 호기심을 느끼고 그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한다. 원장은 존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남부군에게 넘기겠다고 말한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을 경계하는 여자들을 달콤한 말로 유혹한다. 그녀들 또한 각자의 방식으로 그를 은밀하게 유혹한다.

돈 시겔 감독의 1971년 작 <매혹당한 사람들>을 리메이크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이 영화로 올해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감독은 원작에서 원장 마사의 오빠와 비중 있는 역할을 한 흑인 여자 노예를 제외했다. 그 대신 집안일은 교사 에드위나(커스틴 던스트)와 학생들이 맡아서 한다. 빨래를 널고 빨래통을 옮기고 식사 준비를 하는 그녀들의 평범한 일상에서 남자의 존재를 의식하고 행동하는 모습들이 드러난다. 반면 원작에서는 거의 비중이 없던 소녀들에게도 역할을 주면서 여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영화는 회화를 연상시키는 절제된 풍경 이미지와 웅장한 고대 그리스풍의 대저택을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그곳에서 사는 여성들이 마치 억압적인 구조에 갇혀서 감정을 억누르고 사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이미지만큼 그녀들의 감정이 섬세하게 표출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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