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TV VOD]
[케이블 TV VOD] <빌로우 허>
2017-09-08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빌로우 허> Below Her Mouth

범속한 설정으로 보통 수준의 영화를 만들기는 어려우며, 그 이상의 영화적 체험을 제공하는 데까지 이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소프트코어 포르노에 가까운 영어덜트 섹스무비도 그다지 신선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빌로우 허>는 로맨스영화와 영어덜트 섹스무비의 평범성을 공유하고 있는 한편 미묘하게 탁월한 차별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스토리는 일견 단순하다. 결혼을 앞둔 재스민(내털리 크릴)은 약혼자가 출장 간 사이 우연히 들른 바에서 만난 달라스(에리카 린더)에게 강렬하게 이끌린다. 안정된 미래를 보장하는 약혼자와 위험하면서도 매혹적인 연인 사이에서 동요하던 재스민은 차차 자신의 감정과 감각에 몸을 맡기게 된다.

하지만 이 이성애적 러브스토리에는 약간의 번역이 필요하다. 작품의 주인공은 남녀 커플이 아니다. 엄마가 바라는 아이로 자라난 이성애자(이고 싶던) 재스민은 어딘가 공허하다. 스웨덴을 떠나 미국으로 온 레즈비언 달라스는 아버지의 직업이던 지붕수리공을 택해 살고 있다. 강렬한 아우라의 에리카 린더는 과연 신이 내린 캐스팅이라 할 만하다. 신예감독 에이프릴 뮬렌은 기존에 만들어왔던 스릴러와 호러영화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최적화된 장르에 안착했다. 이 작품은 토론토국제영화제와 부천국제영화제 등에 소개됐다.

<빌로우 허>는 감독 에이프릴 뮬렌, 각본가 스테파니 파브리지를 비롯해 여성 스탭으로만 제작된 여성영화이다. 그런 점에서 과감한 헤어누드가 병행된 섹스 신이 매우 격렬한 수위로 전개됨에도 남성적 응시에 봉사하는 것 같지 않은 자연스러운 관능적 몰두로 이어진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베드신에서 커플 각각에게 분배된 쾌락의 향유도 보다 공평해 보일 것이다. 레즈비언 멜로를 외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으니 사랑의 장면들은 소비와 착취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공감각을 위한 것으로 느껴진다. 사회적 편견과의 갈등보다 레즈비언의 자기 결정권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은 아트하우스 퀴어영화와 패셔너블한 퀴어 TV시리즈 사이에 놓여 있다. 시각적 스타일은 세련되었지만 과잉됨 없이 담백하다. 재스민과 달라스를 연기한 두 주연배우의 화학적 조합은 더할 나위 없으며, 여기에 심장 박동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음악이 더해져 트렌디한 레즈비언 퀴어물이 만들어졌다.

신작 VOD

수부라 게이트_ 9월 12일 / 스파이더맨: 홈커밍_ 9월 13일 / 딥씨 챌린지_ 9월 14일 / 보이카: 언디스퓨티드 파이널_ 9월 14일

VOD 순위

1위 슈퍼배드3

2위 47미터

3위 박열

4위 미이라

5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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